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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ra Jul 14. 2020

[임신 일지/#8] 임신 초기의 증상들

어서 와, 임신은 처음이지?


   임신이라는 이벤트는 아직까지도 신성시되는 사건인  같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거대하고도 찬란한 후광 가려 현실적으로 어떤 것들을 대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곳이 없다. 그나마 요즘은 각종 책들, 인터넷, 기관들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임산부에게 어떤 증상이 있을  있는지에 대해 공유가 되지만 사실 개인마다 임신 기간의 경험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역시 임신 전에는 임신이란 초기에는 욱욱- 하는 입덧을 하다가 -아침 드라마로 배운 임신ㅋ- 후기로 갈수록 배가 쑥쑥 나오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사이에 어떤 증상들이 있을  있는지, 배가 나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특히 임신 초기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게 입덧뿐이니 아무런 준비 없이 있다가 각종 증상들에 급습당한 느낌이었다. 내가 겪었던 증상들은 대략 다음의 네 가지 정도였다.


1. 극한의 무기력함

   : 원래도 그다지 에너지 넘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임신 초기의 무기력함은 내가 살면서 겪어본 적이 없는 수준의 그것이었다. 9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먹고 나면 기운이 없다. (밥도 거창하게 차린 것도 아니고 토스트만 해 먹는데도.) 저절로 발이 침대로 향한다.  와중에 심심은 하니 멍하니 티브이만 보거나 게임만 한다.  읽기 같은 머리를 요구하는 활동도  수가 없다. 나의 경우 이런 증상이    정도 갔던  같다. 몸과 마음이 그나마 따라주는 때부터 하루에 2,30 정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요가라도 해주면 체력이 조금  빨리 돌아오는  같기도 하다. (물론 할 때는 전혀 하고 싶지 않다...!) 

2. 입맛 없음 & 느글느글 (약한 수준의 입덧)
   : 내가 드라마로 배웠던 입덧은 "우욱!" 하며 입을 가리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럴  알았는데 나는 약한 형태의 입덧을 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먹어도 맛이 없는 입맛 없는 상태. 아무리 아파도 먹을 것은  어오던 내게  역시 새로운 경험이었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어도 시큰둥.  식사 때마다 먹는 게 귀찮았고  주간 계속되니 짜증이 났다.
    그리고 이와 함께 시작된 느글거림. 심한 사람들은 뱃멀미, 숙취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차멀미 정도였다. 무언가 먹기 전후로는 속이 느글느글하고 먹을 때는 괜찮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렇다고 뭔가 계속 먹을 수는 없으니 탄산음료, 레몬 탄산수, 이온음료, 냉침한 루이보스 등을 마시며 뎠다. 친정 엄마는 나를 낳을 때까지(!) 먹는  때문에 고생했다고 하는데 나는 다행히 13주 차쯤부터  증상 모두 완화되었다.   

3. 극단적으로 치닫는 기분
   : 정확히 임신 10 3일에 남편과 정말 크게 싸웠다. 연애 4년에 결혼 3년 차인 우리인데  기간을 통틀어서 이렇게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 지금은  싸움이  때문에 시작되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데 내 입장에서는 임신 초기의 몸과 기분의 변화가 감당이 안됐던  같다.  와중에 남편과 시댁은 온통 아이에 집중되 나에 대해서는 소홀한 듯한 느낌이었고 그러다 보니 서러움이 대폭발 했던  같다.
      기간에 모성애 역시 신성시되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아이가 생기면 '당연히' 엄마는 스스로의 심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건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어느  아이가 생겼다고 여자가 갑자기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다. 남자가 아이가 생겼다고 갑자기 부성애가 들끓고 책임감이 강해지는  아닌 것처럼 말이다.  역시 초기에는 남편이,  상황이,  몸이, 심지어 아이가 원망스러운 때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기고 아이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러나 초기에는 주변인들이 아이에 관심이 있는 만큼 임산부에게도 관심을 준다면 힘든 기간을 슬기롭게 넘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남자들의 경우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없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남편들은 아내가 보다 비이성적으로 굴고 말도 안 되는 짜증과 예민함을 보여도 참고 이해해 준다면 평화롭게 이 시기를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게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태교일 것이다. 

4. 몸의 색깔 변화 
   : 이것 역시 전혀 몰랐던 증상인데  구석구석의 색깔이 변한다. 그나마 배에 임신선이라는 게 생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겨드랑이와 유륜의 변화는 전혀 알지 못했다. 겨드랑이가 색소 침착이  것처럼 까매지고 유륜 역시 커지는 것과 더불어 점점 짙어진다.
     안 그래도 피부에 여러 흉터와 수술 자국이 있어 보기 좋지 않은데 색깔마저 까맣게 변하니 외모에 큰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썩 좋지가 않다. 과연 출산 후에 몸상태가 얼마나 돌아올는지 조금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임신과 출산은 내가 고차원적인 인간이 아니라 한낱 동물일 뿐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라고. 학교의 교육, 사회 인식 임신을 축복받을 고귀한 일이라 말하지만  이면에는 분명히 동물적이고 불쾌한 것들도 존재한다.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지고 태어나는 것이 신비하고 무게감 있는 일인 만큼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현실적인 교육과 인식도 필수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다룰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부부들과 예비 부모들이 다양한 사례와 정보를 통해 임신 전후로 마음의 준비를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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