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T 결과를 받다
NIPT를 받고 돌아온 후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크게 동요되는 것 없이 지냈지만 종종 안 좋은 결과에 대해 상상했다. 그 주에 남편 친구와 함께 토론토에서 주말을 보내고 온 것이 주의를 돌리는데 한몫해주었다.
NIPT를 받은 지 10일째 되던 날, 유전 상담 전문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저음의 프로페셔널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되려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동안 잘 지냈니? 하모니 테스트 결과가 나와서 전화했어. Trisomy 13, 18, 21(각각 파타우/에드워드/다운증후군)에 대해 1/10,000로 low risk(저위험)가 나왔어. 축하해."
추운 곳에 있다가 실내에 들어오면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듯 안도감이 혈관으로 스미는 것 같았다. 분명히 건강한 아이일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내 믿음을 뒷받침해줄 의학적 근거를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아 정말 다행이다. 건강하리라고 믿고는 있었는데 그래도 확인하니 좋네."
"그러게. 추가 검사는 더 진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리고 아이 성별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지?"
개인적으로는 이 순간이 NIPT 결과를 들을 때보다 더 떨렸다.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아닐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안심되는 마음과는 별개로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성별에 대해서는 전혀 추측할 수가 없었고 개인적으로 바라는 쪽이 있었지만 혹여나 그 성별이 아닐 경우 아이에게 미안할까 봐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It's a girl."
성별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화에 대고 "Yay!"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사랑이는 딸이었다. 내가 바라던 딸. 이제부터는 사랑이를 상상할 때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첫째 딸은 아빠를 많이 닮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남편의 두꺼운 눈꺼풀과 통통한 볼살을 닮은 작은 여자아이를 상상하니 웃음이 나고 신기하고 상상만으로도 귀여워서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성별 검사를 신청했는지 모르고 있었던 남편에게 "사랑이는 아빠를 닮은 예쁜 딸이에요!:D"라고 작은 카드에 적어 서프라이즈를 해주었다. 남편은 이 험한 세상에서 키우려면 아들이 그나마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아들을 바라 왔기에 근심 걱정이 한가득이라고 말했지만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했다.
이 세상이 여자가 살아가기에 조금 더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이가 여자라는 점을 특별히 인지하며 키우고 싶지 않다. 내가 회사 입사 전까지 그랬듯이 굳이 "여자"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 없도록, 그저 하나의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판단하도록, 그렇게 키우고 싶다. 성별에 따라 삶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이 더 유리/불리하다든가 우월하다든가 하는 식의 생각을 갖지 않도록.
우리 가족의 최연소 멤버가 될 녀석이 건강한 딸이라는 걸 확인한 고맙고도 감사했던 날. 사랑이가 딱 18주에 들어선 2020년 9월의 월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