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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u May 20. 2020

(5) 유튜브와 나의 직업

직장인 늦깎이 유학 수기

직장인 늦깎이 유학 수기


유튜브와 나의 직업


아내는 독일에 와서 독일어 어학원에 다녔는데 그곳에서 뉴질랜드인 친구를 사귀었다. 독일인 남자 친구를 따라 뉴질랜드에서 건너온 갓 스무 살이 넘은 당차고 무모한 친구였다. 그때가 2016년 말이었으니 그리 오래된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 친구를 통해 2016년에 유튜버라는 직업이 나에게 얼마나 낯선 직업이었는지를 기억한다.


하루는 커플끼리 넷이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시내 산책을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남자 친구가 20만 구독자를 지닌 게임 유튜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일같이 라이브로 DOTA 2라는 게임을 직접 플레잉하고 실시간으로 해설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었다.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친구가 하는 방송을 스마트폰으로 보았는데 나와 아내는 그 게임 자체도 낯설었고 구독자 20만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가늠하지도 못하였다. 게임을 중계하는 것으로 생계가 꾸려질는지 전통적인 직업 노동관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심각하게 걱정까지 하였다. 이 남자 친구를 믿고 독일로 온 이 어린 뉴질랜드 친구는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인지 "나이가 한참 많은 오빠로서" 이 친구를 잘 설득하여 집에 돌려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필요한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유학 온 남편을 둔 아내가 바로 옆에 앉아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내가 유학을 시작한 이후로 (아마 그 훨씬 이전부터) 지금까지 유튜브는 전 세계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유튜버는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되었다. 유튜브의 다양한 콘텐츠는 우리 생활의 여러 부분에 크게 자리 잡아 이제 삶에서 재미와 정보를 위해선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나도 영어 공부에 유튜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슬금슬금 구독을 채널을 늘려가다 보니 어느새 84개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영어 교육 채널이 제일 많다.


재미와 정보를 위해선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이 당연

유튜브 안에서 영어 교육 콘텐츠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 아닌 대 범람 수준이다. 좋은 영어 강사들이 정말 많다. 기존의 한국에서 공부하던 방식의 영어학습 패러다임을 넘어선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을 해준다. 나는 라이브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빨간 모자 선생님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 선생님은 어떻게 이렇게 내가 필요한 내용만 골라 교육해 주는지 너무 감사한 마음에 광고라도 스킵하지 않는다.


인사도 없이 준비한 스크립트를 읊기 시작하는 빨간 모자 선생님은 쉴 틈 없이 자막과 함께 스크립트를 또 읽는다. 한글 자막이 나오면 또 한 번 스크립트를 읽고, 중요한 표현을 반복하여 읽으며 구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읽어 볼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들려주고 반복하고 시도하게끔 하는 아주 단순한 구조이지만 빨간 모자 선생님이 준비하는 스크립트는 학습 구조만큼 단순하지만은 않다. 스크립트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인이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듯이 전환하여 만들 수 없는 표현을 자주 다룬다는 것에 있다. 또한 이런 표현을 중심으로한 대화 형식의 스크립트이기 때문에 표현의 활용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 스크립트 덕에 그 표현과 스크립트 자체를 바로 활용할 수 있기도 하다.

라이브 아카데미(https://www.youtube.com/channel/UCGDA1e6qQSAH0R9hoip9VrA)


빨간 모자 선생님 외에도 올리버쌤, 구슬쌤, 영알남, 권아나 TV, 날날이 데이브 등 자신들만의 영어 교육 방식을 구축하여 구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만약 내가 이런 유튜버 선생님들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유학을 고민하는데 영어를 이유로 삼지 않았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어 실력을 문제 삼아 선택한 늦깎이 유학을 통해 내 인생도 많이 바뀌었다. 폭발적인 유튜브의 성장과 더불어 데이터 산업이 엄청난 성장을 하였고, 나는 2018년부터 팔자에 없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2018년 포브스 지에서 정리한 데이터 생산 속도를 보면 기사에 쓰인 표현처럼 mind boggling (믿기 어려운)하다. 대략 2016~2018년에 만들어진 데이터의 양이 그 이전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데이터의 양의 90%에 달한다고 한다. 2.5퀸틸리온(quintillion) 바이트의 데이터가 매일 생산되고 있으며 이 속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퀸틸리온(quintillion)이란 단위는 100경 즉 10의 18승으로 우리에게 정말 낯선 크기이다. 이를 우리가 좀 더 친숙한 단위의 크기로 환산해 보면 이렇다. 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얘기할 때 주로 기가 바이트(giga byte)를 사용하는데 이 기가바이트는 10억 즉 10의 9승이다. 퀸틸리온이 되려면 기가바이트를 제곱해야 하는 즉 기가바이트에 10억을 곱해야 하는 엄청난 크기이다. 다시 말해 25억 기가 바이트의 데이터가 매일 생산되고 있다.


https://www.forbes.com/sites/bernardmarr/2018/05/21/how-much-data-do-we-create-every-day-the-mind-blowing-stats-everyone-should-read/#76ec849960ba


세상이 돌아가는 순환 고리에 끼워 맞추어지듯 내 직업도 결정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런 유튜브는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요구하고 있으며 나는 나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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