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된 웹소설 작가가 전하는 무모한 도전기
저는 2년 차 된 웹소설 작가입니다. 이전에는 호텔에서 조리사로 종사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뒤 묻는 말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왜 요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되었냐는 물음이다.
그 질문에 나는 너스레 웃으며 대답한다.
친구 때문에요.
나를 웹소설 세계로 들인 것은 14년 지기 친구. A양이었다.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된 계기는 모든 친구가 그렇듯이 뜬금없고 갑작스럽지만, 이렇게까지 친하게 지낼 수 있던 것은 둘이 좋아하는 공통사가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만화와 소설이었다.
친구와 나는 어린 시절 만화책 대여점을 정말 좋아했다. 대여점 특유의 책 냄새도 좋았고 만화책이며 소설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것도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은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잔뜩 빌린 뒤 과자를 사서 친구네 집에서 늘어지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내게 더없이 소중했고 편안했기에 지금도 종종 회상하고는 한다.
어느 날 만화만 주로 보던 나한테 로맨스 소설 책장이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소설은 인터넷 소설이 전부였기에 그다지 큰 기대 없이 소설 몇 권을 빌려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책으로 출판된 로맨스 소설을 처음 접하고 나는 이 허구의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모티콘도 부호도 없는 대사. 군더더기 없이 읽히는 깔끔한 문장.
블로그에 로맨스 소설 리뷰를 쓸 만큼 나는 대단히 열정적이었다.
그럼에도 결코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게 작가란 구름 위의 사람들이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오래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소설에 대한 애정이 시들해질 때쯤 나는 예정했던 호텔조리과에 진학했고 A양은 재수까지 결정하며 문예창작과를 진학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호텔에 취직할 때까지는 소설을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하지만 혼자서 만든 밴드에 단편 소설이라고 쓰기도 했으며 중간중간 생각나는 내용을 짤막하게라도 적어왔다.
그렇게 졸업하고 3년 정도는 조리 쪽에서 일하다가 한번 번아웃이 온 적이 있었다.
요리는 즐겁지만, 현장이 싫었다.
진보적이고 보수적인 현장 탓에 여자이기 때문에 차별받은 적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미련하게 포기하지는 못했다. 내 고지식한 성격도 한몫했다.
오래 버틴 사람이 결국 이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 말을 맹목적으로 되뇌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았다.
그렇게 3년째가 되던 해. 퇴사를 결심했다.
그때 A양과 만나 추억팔이를 하던 중 소설 얘기가 나왔다.
그 친구는 그때 휴학 중이었으며 막 웹소설 작품을 계약했을 시점이었다.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 소설 좋아하지 않았어? 너도 한번 써보지 그래?
가벼운 제안이었다. 술을 마신 나는 웃으면서 어떻게 내가 소설을 쓰냐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솔깃했는지 집으로 돌아가 웹소설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취향에 맞춰 키워드를 검색하고 인기작 몇 개를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회사로 출근하면서도 읽었고 퇴근해서도 웹소설만 주야장천 읽어댔다.
쉬는 시간에 핸드폰만 멍하니 보고 있는 내게 직장 동료들이 뭐하냐고 물을 정도로 나는 웹소설에 빠져 지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읽다 보니 문득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워드도 소설을 쓰는 방법도 무엇 하나 모르지만 무작정 한글을 켜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떤 내용이 유행인지도 몰랐고 기승전결을 짜는 법, 시놉시스 구상, 캐릭터 설정 등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했다. 정말 완벽한 무지의 상태였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고 쓰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작품을 써서 A양에게 보여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어떻게 보여줄 생각을 했을까 할 정도로 부끄러운 글이었지만 A양은 묵묵히 읽어주었다.
A양은 내용에 대한 지적이 아닌 글 쓰는 방법과 조판을 설정하는 법, 들여쓰기 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었고 나아가 인기 있는 키워드와 출판사 등 여러 상식을 공유해주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고 내가 즐겁게 쓸 수 있는 키워드로 설정하여 5만 자 가량 썼을 때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목표는 재취직 전에 출간을 해보는 것이었다.
글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서 내게 출간이란 미지의 영역이었고 모든 것이 어렵게만 다가왔다.
차마 투고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무연만 하고 있을 무렵. 친구는 내게 투고의 개념과 시놉시스 쓰는 방법을 상세 알려주었다.
나를 옆에 앉혀두고 내가 쓴 소설의 내용을 들어가며 기획 의도와 작품 특징들을 파악해 말해주었다. 나는 A양이 말하는 것을 토대로 시놉시스를 완성했고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시놉시스를 완성한 날, A양은 내가 쓴 소설의 회차 수를 정리하더니 대뜸 투고하자고 했다.
그렇게 나는 그날, 총 4곳의 출판사에 투고했고 2곳에서 긍정의 답변을 받았다.
눈 깜짝할 새에 나는 계약작가가 되어버렸고 내 두 번째 직업은 그렇게 간단히 정해지고 말았다.
현재 나는 호텔에서 퇴사한 뒤 재취직을 하지 않고 전업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2년간 총 4개의 작품을 집필했으며 그중 한 개는 웹툰화를 시켰다.
이 얘기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작가가 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작가의 삶을 알려주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유튜브, 트위터, 인터뷰 등 정보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무지한 사람이 보기에는 그 정보조차 어려울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이걸 보고 있는 당신도 하고는 싶지만,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포기했을까 봐 글을 써봤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나처럼 어영부영하는 사람도 있으니 당신도 얼마든지 될 거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쓰는 방법 따위 몰라도 된다. 아마 나는 이걸 읽어주는 당신보다도 훨씬 무지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된다. 작가라는 직업이 으레 그렇듯 시간도 장소도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종이와 펜. 혹은 컴퓨터와 한글만 있으면 된다.
나는 유명한 작가님들처럼 대박작을 쓴 것은 아니지만, 완전 다른 직군에서 넘어온 평범한 사람으로서 내가 겪어왔던 일을 공유하고자 한다.
개인적이고 상당히 두서없는 글이 되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이 무섭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