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도 치킨 시켜먹자."
"가스나야, 밥 다 해놨는디 뭔 치킨 타령이여."
"아, 나도 치킨 먹고 싶단 말야."
"누가 치킨을 먹는데?"
"다래."
"너 지금 다래네에서 오는 거 아니냐?"
"치킨 시켰으니까 나보고 집에 가래."
그때까지 말이 없던 아버지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어이, 치킨 두 마리 시키게."
갑자기? 두 마리?
깜짝 놀라 올려다본 아버지의 눈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은은하지만, 결의에 찬 빛이었다.
"여보세요? 여기 양념 하나, 후라이드 하나 갖다주세요."
엄마 역시 두 말 없이 전화기를 들어 치킨을 시켰다.
그후로 엄마는 내가 뭔가 먹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왜, 또 누가 그걸 먹고 너만 안 주더나?"
농담처럼 물었지만, 어느 정도는 진담이었다는 걸 나는 안다.
정말로 그랬다면, 당장에 그걸 사주었을 거라는 것도 나는 알았다.
그래서 다시는 무얼 못 얻어먹어 서운하더라는 말을 전하지 않았다.
하잘 것 없는 것이라도 내 새끼가 갖지 못해 사무쳤다면,
어떻게든 안겨주어 그 응어리를 풀어주고픈 것이 부모마음이라는 걸.
그 마음이 그리 아름다운 것은 못될지라도,
다소 우스꽝스럽고 어른스럽지 못할지라도,
그 또한 사랑이라는 걸.
치킨을 뜯으며 알아버린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