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저마다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 덕분에 새롭게 탄생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닐까? 불완전하기에 성장할 기회가 있고, 배우려는 의욕과 호기심이 발동하고, 불완전하기에 불완전함을 품으며 불완전한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캐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때, 세계는 모순 덩어리로 보였다. 어른들은 나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어떤 기준을 들이대고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라고 협박하는 듯 보였다. 그 기준에 내 모습을 비춰보면 나는 부족함 투성이, 가치 없는 잡동사니, 여기 저기 빵꾸난 존재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못생긴 사람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허름하고 구멍난 옷에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명품이나 특별한 디자인을 한 옷은 홀린 듯 바라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선 그들의 시선에 맞춰 '나'라는 것을 끊임없이 개조해야만 할 것 같았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무언가를 남보다 잘해내라는 격려와 응원 속에서 어른이 되어가며 야망이 풍선처럼 부풀 때도 있었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의심이 들었다. 왜? 왜 꼭 남보다 잘난 무언가가 되어야 하지? 그리고 남보다 잘난 무언가가 되는 것이 진짜로 무엇이며, 가능한 일이기나 한가?
불완전하다는 것이 특정한 기준을 지닌 '완전'을 향해 나아가야한다는 의미라면 그런 삶은 너무나 따분하게 여겨진다. 생명체는 혼돈을 더듬으며 제 안에 내재된 앎과 우주적 잠재성을 펼치고, 매순간 새로운 것들을 인식해가며 스스로 창발하였는데, 그런 생명체의 연장이자 일부인 내가 어떤 정해진 기준을 따라 생각하고 느끼고 살아야한다면 숨통이 막혀 '사는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때문에 경험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위대한(?) 누군가가 정해준 완벽의 기준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자기 앞에 펼쳐진 수많은 그물을 보고 읽고 사유하며 '무아'라는 바람으로 변신하여 시원하게 매트릭스를 통과해야 한다.
오온은 "이것은 내 것이 아니요, 내가 아니며,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_ 초기불전연구원, 대림스님 각묵스님 역, 쌍윳다니까야 3권, <무아의 특징 경>(S22:59),p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