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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mis Jul 10. 2020

Come As You Are (2019)

첫 경험을 위한  로드 트립

소수집단은 영화에서 장애로 인해 억압받는 대상,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인물, 혹은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인물들로 주로 묘사된다. 영화 속 그들의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고 소재도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속 세 주인공들은 보통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기본 욕구에 좀 더 솔직하고 코믹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2007년 “오직 하루 밤을 위해”라는 BBC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Asta Pjipot라는 영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실제 이야기다. Come as you are 은 2011년 벨기에 영화 Hasta la Vista의 할리우드 버전이다. 


젊은 세 남자가 있다. 열망의 정도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성적인 즐거움을 원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무한대의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Scotty (Grant Rosenmeyer)는 휠체어와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는 “ Show me the money”에 나가면 단번에 일등이라도 할 만큼의 랩 실력이 있다.  섹스에 관련된 것에 가장 신속하게 반응하는 그의 레이다에 잡힌 놀라운 소식. 오 마이 갓! 자신처럼 휠체어와 함께 생활하는 남자들을 위해 성적 즐거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만난 Matt (Hayden Szeto)에게 이 놀랍고 기쁜 소식을 공유하며 로드 트립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Matt 역시 휠체어의 도움으로 생활하지만 여자 친구가 있는 그는 있는 자의 여유로움으로 거절한다. 하지만 여자 친구의 미래에는 그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은 후 Scotty의 제안에 응한다. Mo (Ravi Patel)는 그의 눈으로 세상을 직접 볼 수 없다. 작은 마을에 살며 책상에서 일을 하는 그의 안전한 세계에 만족하는 Mo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거절했지만 Matt의 이성적이고 인간적인 설득에 넘어간다.  이들이 고용한 벤(van)의 운전사인 Sam이 세 남자의 손과 눈과 발이 되어 로드 트립을 함께 한다. 


세 남자는 십 대의 청소년이 아니다. 성인 남자들이다. 하지만 이 로드 트립 자체가 그들에게는 사회적 가족적 제약에서 벗어나는 반란이 된다. 그들의 신체적 불편함으로 인해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성적 욕구를 평범한 보통의 성인으로써 인정해 줄 곳으로 떠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부모들의 단단한 철벽 같은 보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드디어 벤은 캐나다 몬트리올로 출발한다. 


처음 도착한 숙소에서 Sam 은 갑작스럽게 쓰러지며 응급실로 실려간다. 그 사이 자식들이 납치라도 된 것처럼 이들을 추적하고 숙소로 찾아온다. 부모로부터 도망가는 세 명의 남자. 이 장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세 명의 팀워크가 우스꽝스럽지만 너무 신선하다. Mo가 운전대에 앉아 Matt의 지시대로 운전을 한다. 물론 성질이 급한 Scotty는 뒷좌석에 앉아 냉소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Mo가 제대로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못할 때마다 외친다. 

“Are you blind!!!” 



세 명의 캐릭터는 묘하게도 완벽하게 서로서로 잘 맞는 조화다. 모험적이고 반항적인 Scotty가 없었다면 이 여행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이성적인 중재자 같은 Matt 그리고 꾸밈없고 솔직한 Mo는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살아왔지만 살아가는 방식 혹은 사랑과 섹스에 뚜렷한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로드 트립은 단순히 섹스를 하기 위한 하루 밤을 위해 달려가는 직진행이 아니다. 여행을 하며 그들의 존재에 대한 위기감, 장애인으로서 사회 소수자로써 생활 속 좌절감과 자신만의 생존 방식에 대해 충돌하고 갈등하다 보듬고 안아준다. 그래서 큰 소리다 웃다가 어느 순간 심장이 뻐근하다. 


CSI 요원 같은 치밀함으로 Matt와 Scotty의 부모들은 드디어 이들을 찾아낸다. 

Matt : 사실은 창피했어요. 그래서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난 당신들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아요. 

도덕적인 편견이나 판단 혹은 위험성을 배제하고 부모들은 그들을 보내주기로 한다. 


Bienvenu!!! 드디어 도착한 몬트리올의 La Chateau Paradis. 처음은 특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Mo는 자신의 소신대로 서비스를 받지 않는다. Scotty와 Matt는 계획대로 거사를 치른다.


사실 Matt은 말기 환자이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의 장례식에서 Scotty는 Sam과 Mo와 함께 그가 준비한 랩으로 모두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장면이다. 걸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지만 그들은 우스꽝스러운 모험을 함께 나누며 같이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고 안아준 것이다.  삶은 우리가 요구하지 않은 것을 던져주기도 한다.  Scotty의 즉흥적인 자신의 랩처럼 그렇게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약간의 유머 감각과 같이 웃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힘든 상황도 조금 더 견딜 만 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심장이 뻐근해져서 잠시 멍해지는 진지한 순간들이 이 영화의 묘미다. 영화의 sound track 중 하나인 Non non rien n'a changé(No, no, nothing has changed)는 내 추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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