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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mis Oct 14. 2020

글쓰기: 멈출 수 없는 자발적 유희

그래서 계속 계속 씁니다

    코로나로 연기된 대학원 수업이 한 달 전에 드디어 시작됐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나는 마감일에 맞춰 글쓰기를 하는 것에 최적화된 인간이 아니다. 과제의 주제에 맞춰 글을 쓰다가도 그 과정에서 우후죽순으로 피어나는 많은 다양한 생각들이나 단어들에 내 의식이 너무 쉽게 낚인다. 그리고 금세 빠져든다. 의식의 흐름 속에서 한꺼 번에 여러 개의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 특히 단어의 정의와 의미에 대한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없으면 더 이상 글은 진전이 없다. 그러니 한 편의 글이 나오려면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린다.


    대학원에서 정해준 어떤 주제의 정의(definition)에 대한 에세이를 쓰라는 과제를 하다 말고 정의(definition)의 정의(definition)에 대한 글을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잘 알지 못하고 지금부터 연구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를 하라는 것은 참으로 적합한 첫 과제다.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그것의 본질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 경계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의란 학자나 연구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합의된 정의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반적이고 대중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개념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의는 사전적인 낱말의 뜻 자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특정 개념, 아이디어 및 원칙을 명확한 단어로 서술해야 한다. 명확한 서술은 개념과 아이디어에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형상을 부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글쓰기도 그런 의미에서 생각에 형상을 부여하는 행위다. 비시각적인 것을 시각화하는 행위다.  내게 글쓰기는 정리된 생각을 표현해내는 도구이자 얽혀 있는 생각을 풀어내는 도구다.  지끈거리게 머리가 아픈 것은 글쓰기 자체가 아니라 모호하고 흐릿한 생각의 얽힘이다.  얽힘이 글쓰기로 풀리면 과식해서 체한 속이 뚫린 것처럼 개운하다. 그래서 글을 쓰다 막힌 생각도 다른 글을 쓰며 푼다. 이 과정은 재미나고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계속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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