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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mis Nov 06. 2020

외모 지적질에 대한 우아한 반격

이곳 싱가포르에서 외모에 관련된 업무의 인터뷰를 하지 않는 한 외모에 대한 어떤 코멘트를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 내 경우에는 거의 제로다.  외모에 관한 코멘트 들이 인사처럼 오가는 경우는 없다. 다만, 내가 한국인이기에 한국인 여성들의 무결점 도자기 피부에 대해 내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기는 한다.  


외모(appearance)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서로 해주는 경우는 없지만, 머리 염색을 하거나 새로운 옷을 구입했거나 혹은 마음에 드는 특이한 액세서리를 하고 모임에 나갔을 때 여자들은 서로 티를 내주며 칭찬을 해준다. 그런 면에서 여자들은 좀 더 세련되게 적극적으로 사교적이다. 진심이든 아니든,  티를 팍팍 내주며 에쁘다 칭찬해준다. 그건 생김새에 대한 칭찬이라기보다 '오늘 입은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멋지다', '지금 머리 색깔이 제일 잘 어울린다', 혹은 ' 이 귀걸이는 네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등의 코멘트다.  그런 외적인 것들을 제외하고 내 생김새에 대해 코멘트를 한다는 것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건 그냥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매너다.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녀를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그녀는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늘 내 외모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10년 동안 참 정성스럽고 고집스럽게 변함이 없다. 선택적인 듣기 능력이 있는 나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기에 그녀의 코멘트가 크게 신경을 자극하지 않았다. 

올 한 해는 여행도 할 수 없고 법적으로 혼자 지내야 하는 많은 시간들이었기에 조금이나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머리 색깔과 스타일을 자주 바꿨다. 

"오늘은 학교 다니는 청소년 같아"

"요즘은 살이 좀 쪘나 봐"

"저번보다 얼굴이 더 동굴 해졌다"

"오늘은 schoold girl  같네"


그녀는 분명 악의는 없다. 내가 이 코멘트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해야지 이런 의도적인 나쁜 의지. 사실, 기분이 상한 적도 없다. 단지, 악의는 없는데 왜 유독 나에게만 이런 발언을 하는 걸까  언젠가부터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 번은 실험을 해봤다. 만나자마자 그녀는 어김없이 한마디를 날려주신다.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좀 통통해졌네"

"오... 그래? Thanks for your support! 사실 너도 그래...... 아니다. 너는 더 통통한 것 같아!"

당황한 듯한 그녀는 말했다. "아니야, 난 사실 2킬로가 줄었어". 

"그래?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내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나는 이런 대화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아. "

그제야 그녀는 말한다. "너는 통통하든 아니든 예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로? 내가 너한테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여?"

옆에 있던 프랑스 친구가 숨 넘어 가게 웃는다. 


이제 그녀는 나를 만나면 인사처럼 오프닝 멘트로 해왔던 외모 지적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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