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의 역동적인 경험과 교훈은 2018년 아름다운커피가 르완다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아름다운커피 네팔 카페가 자리를 잡으면서 네팔의 카페 문화도 점점 확산되어 갔다. 주요 호텔들은 카페와 레스토랑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점점 생겨났다. 관광지 등 도시 주요 거점 지역엔 카페들이 많아졌고, 커피를 마시는 네팔 사람들도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그러나 카페 문화가 성장함에 따라 문제점도 같이 따라왔다. 한 건물 건너 새로운 카페들이 생기자 일부 카페는 폐점하기도 했으며 임대료는 치솟기 시작했다. 카페와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는 개발도상국 생산지에서도 똑같이, 때로는 더 크게 심화되어 갔다. 개도국의 주요 도심지역과 국제기구 중심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였고 그 고통은 선진국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2015년 대지진으로 이미 큰 어려움을 겪은 네팔에선 재건 복구를 위해 들어온 국제기구들과, 관광산업 재개로 유입된 외국기업들로 인해 더 큰 불평등과 격차가 생겼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치솟는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와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안겨주었다. 2015년 카페를 시작한 우리 건물은 3년 만인 2018년도에 가격이 150%로 뛰었다. 이 비즈니스를 여기서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는 한국과 네팔에서의 동일한 고민거리가 되었다.
이는 2018년 르완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네팔에서 목격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르완다로 진출하기 전 아름다운커피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하나의 관문이었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도 이미 많은 국제기구들이 들어섰고 현지 카페들도 있었으며, 그 중 미국의 서스테이너블 하비스트(Sustainable Harvest)라는 생두 기업이 투자한 퀘스천 커피(Question Coffee) 카페가 독점적으로 현지 커피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주로 활동하는 키갈리의 웬만한 임차료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도 아름다운커피는 르완다에 카페를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르완다의 생산자들과 하는 활동에서 카페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에게 그들이 재배하는 커피가 상품화되고 판매되는 것을 보여주며 현지에서 보다 가깝게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경험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더불어 우리가 찾아낸 유일한 방법은 협업과 연대(Solidarity)였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일을 위해 공간을 공유하고 부담을 함께 질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았다. 아름다운커피는 르완다에서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시작하는 소셜 레스토랑 키자미테이블(Kijami Table)과 함께 아프리카 르완다 현지에서 사회적기업간의 동업을 구성했다. 또한 현지에서 이미 라즈만나(Raz Manna)로 사회적기업 베이커리를 시작한 부엌(Bwok)과도 함께 논의했다. 이렇게 한국의 사회적기업 세 곳이 만나 르완다 키갈리 중심에서 새로운 공간을 이루었다. 함께 임대료를 분담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베이커리로 서로의 비즈니스의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무엇보다 현지에서의 가치창출을 추구하는 공동의 목적은 많은 어려움과 격차를 보완하고 감싸 안으며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작은 공정무역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커피가 현지에서 생산자들과 커피로 공감하기 위해 카페 젠트리피케이션의 장벽을 또 한 번 넘을 수 있었던 방법은, 우리의 유일한 장점이자 특기인 연대(Solidarity)였고, 공동가치창출(Value Co-creation)이라는 목적성이었다.
이렇게 네팔과 르완다 생산지에서 시작한 아름다운커피 카페는 생산자와의 공감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장이 됐다. 네팔에서는 정부 관계자 등 커피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아름다운커피 네팔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네팔 카페는 처음으로 네팔에서 라떼아트 경연과 커핑 워크숍을 실시했고, 네팔 스타 바리스타를 키워냈다. 생산자들은 한국으로 수출하던 자신들의 커피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외국인과 네팔인들에게 커피와 원두 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네팔 카페에 구축한 로스터리는 원두상품 도소매의 모델을 네팔 커피 산업에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르완다의 레스토랑 안에서 시작한 작은 카페는 우리가 관리하는 네 곳 생산자 협동조합들의 생두들을 테스트하고 상품화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거래처를 찾지 못하던 작은 협동조합들의 원두를 아름다운커피 르완다 카페를 통해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 직원들이 카페에서 진행하는 커피클래스에 외국인 내국인이 함께 핸드드립과 커피 테이스팅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레시피 메뉴를 통해 르완다 카페 문화 확산을 이끌고 있다. 소셜 레스토랑과 베이커리와의 협업은 현지에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기업가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으며, 직원들과 생산자에 자부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꼬리는 또 다른 하나의 질문으로 꼬리를 문다. 과연 이러한 모델은 생산지에서 만의 일 인 걸까. 비록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 수준은 저들과 다르겠지만, 젠트리피케이션과 커피산업의 레드오션 문제는 이미 우리가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같은 문제인데 말이다.
커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용어가 요즘 뜨겁다. 나도 이 연재에서 자주 언급했고 커피 산업과 글로벌 어젠다(Global Agenda) 전반에서 언급되고 대두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최근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생산자들만의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보았다. 지속가능성에 늘 화두로 등장하는 생산자의 빈곤문제로 인한 불편한 혹은 진부함에서 나온 질문일 것이다. 공정무역이 오랫동안 생산자의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언급해왔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떠올릴 때, 생산자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개념의 시작과 지향성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은 커피 산업에서 가치사슬 전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던진다. 커피 산업 전반에서 소외되어왔던 행위자인 소농은 물론이고 생산자, 종사자, 소비자 모든 분야에서 주요한 주체이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여성과 청년, 노년, 그리고 환경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시장과 혁신과 기술도 함께 이야기한다.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Brundtland Report)1)에서 시작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양상의 체계적 개념으로 지구 전체까지도 포괄한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커피, 혹은 지속가능한 커피산업을 이야기할 때 가치사슬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커피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가치사슬 모두의 발전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사슬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같은 공간과 지역에서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네팔과 르완다 생산지에서의 커피 문화와 산업이 한국의 커피 산업과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그 이유이며, 르완다와 네팔의 커피 가격이 오늘날 한국의 카페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브라질의 풍작이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고민의 폭과 양상도 새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생산지에서 만이 아닌 지금 여기서도 우리가 함께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지속가능한 커피가 아닐까. 아름다운커피가 그간 꿈꾸고 달려온 지속가능한 커피의 세계에 대한 첫 이야기를 닫으며 한 번쯤 모두에게 이 질문을 권해보고 싶다.
1) 브룬트란트 보고서(Brundtland Report)
유엔(UN)이 1983년에 설립한 WCED(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노르웨이 수상 브룬틀란(Brundtland, G. H.)이 주도하여 1987년에 제출한 보고서. 이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정의되었다. ⇒규범 표기는 ‘브룬틀란 보고서’이다.
*이 글은 월간 커피앤티(Coffee & Tea) 2020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