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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20. 2023

눈 오는 날의 낭만에 대하여

아이들을 재우는 시간이면 다음 날 아침 입을 옷들을 챙긴다. 딸아이들이라 그런지 옷 맞춰 입는 것에 대해 의견 충돌이 생기게 된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학교 수업 내용에 따라 옷을 입었으면 하는 나의 생각과 입고 싶었던 옷을 입으려는 아이들과의 전쟁을 아침에 치르는 건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 날씨를 함께 확인하고 옷을 정한다.

다른 집에 비해 날씨와 미세먼지 농도를 많이 체크하는 편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이 되면 더욱더 우리는 날씨를 확인한다.


우리 동네는 지대가 좀 높다. 골목골목으로 향하는 길은 산으로 오르는 길처럼 경사진 곳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와서 눈 쌓인 경사로를 운전하며 겪었던 아찔함 때문인지 눈이 오는 예보가 있으면 긴장 상태가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눈길에 대한 염려는 좀 사라졌다. 남편은 나와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출근하지 않는 나는 눈이 오면 지동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특별히 아이들을 태우는 일이 없다면 말이다.


매월 20일이면 집 근처 체육센터에 우리 가족이 하는 운동 프로그램들을 등록하러 간다. 그것도 새벽에..

요즘엔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는 것도 있지만 신청 인원이 많은 시간대에 하는 수영프로그램은 빨리 신청마감이 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이제는 두 자녀도 다둥이로 들어가는 할인은 직접 방문해서 신청해야 해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올여름부터 20일 새벽이면 체육센터로 향하고 있다.


어제 아침 일기예보에 눈예보가 있었다.

퇴근길부터 눈이 올 예정이며 그 눈이 빙판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예보다. 눈 예보에 아이들은 들뜬다. 저녁이 아니라 학교에 있을 때 왔으면 좋겠다며 재잘재잘 댄다. 나는 오늘 새벽 체육센터 갈 일이 걱정이다.


예보보다 좀 더 이른 시간 아이들이 원하던 하교 시간부터 눈발이 날린다. 처음엔 소리 없이 내리다가 저녁 시간이 되니 눈발이 굵어진다.

창으로 바라본 눈은 예쁘다. 이렇게 집안에 있으면 눈은 참 신비롭다. 언제 빙판 걱정을 했냐는 듯이 눈을 바라보다. 다시 걱정스럽다.

운전하며 길에서 바퀴가 밀리는 느낌을 받이 본 사람들은 그 걱정스러움을 알 것이다.

퇴근하는 남편은 염화칼슘도 많이 뿌려져 있고 분사기도 있으니 너무 걱정 말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새벽 체육관 가는 길

보통 가는 길엔 내가 운전을 하는데 오늘은 자신이 없다. 남편이 운전해서 출발한다. 다행히 예보가 있어서 인지 단지 내에 길도 경비 아저씨들이 준비를 단단히 해 놓으셨다. 안전히 체육센터에 도착했다.


남편을 내려 주고 돌아오는 길

이제야 소복이 쌓인 눈이 새벽 달빛에 반짝이는 게 보인다. 마음이 놓이니 같은 길이 다르 게 보인다.

역시 마음이 천국과 지옥이다.

눈을 그저 예쁘게만 바라보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눈 오는 날은 모두 집에서 쉬면 그럴 수 있을까?

아이들 보내고 침대에서 감상하는 눈 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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