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는 동네에 목줄 없이 혼자 돌아다니던 개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개였다.
큰 개.
결혼 전에 집에서 강아지들을 꾸준히 키웠었다.
어릴 적 큰집과 함께 살 때는 대문 앞에 큰 개도 키웠다. 물론 내가 키운 건 아니다.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동생이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강아지를 키우곤 했다.
나는 동물들을 무서워한다.
나의 외적인 부분과는 다르게 겁이 많다.
귀신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다.
골목에서 누굴 만나던 겁이 난다.
그런 내가 이 동네에 와서 큰 개들이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걸 보면서,
‘잘못 이사 왔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다행히 그렇게 만나는 개들은 걸어 다니면서 마주치는 건 아니었다.
걷다 길 건너편에 언덕에 있는 개를 보던지, 우리 집 창으로 보이는 나무들 사이로 다니는 개를 보는 것뿐이어서 마주쳤을 때의 무서움은 없었다.
그런 개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가을밤,
이 집에 와서 우리 부부는 잠들기 전 창을 열어
밖을 봐라 보고 잠이 들곤 했다. 밖의 공기가 좋았고 나무들이 좋았다.
그날 밤도 우리는 창을 열었다. 그리고는 발견했다. 우리 현관 앞의 너구리를!
우리는 너구리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처음엔 강아지나 고양이인 줄만 알았다.
너구리야! 너 여기는 무슨 일이니?
생각보다 큰 너구리의 모습에 너무 놀랐다.
그즈음 뉴스에서 들었던 소식이 생각났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너구리에게 물렸다는 기사.
설마 너구리를 낮에 집 앞에서 만나지는 않겠지…
요즘 집 근처에서 자주 만나는 동물은 고양이다.
그나마 우리 집 근처에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아서 종종 만나기는 했기에 조금은 덜 놀라기는 한다.
하지만 동네를 산책하다가 정면으로 마주칠 때는 겁이 난다. 나는 일단 무서우면 말을 건다.
“나 그쪽으로 갈 건데 너 먼저 가던 길 가. “
고양이가 알아들을까 싶지만
나는 너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켜 주고 싶다.
그러니 너도 나를 해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날씨가 추워지니 동네 고양이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새벽 수영을 가려고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놀란적이 여러 번 있다.
얼마 전에는 운전석에 앉았는데 선명한 고양이 발자국을 보았다.
고마워.
차가 긁히지는 않았구나.
심하게 놀지는 말아다오.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인사한다.
“안녕~”
무서운 거 아니야. 나 그냥 인사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