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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동네

by Sapiens


내 몸이 작았을 때 이야기다. 작은 육체에도 영혼은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초록 철제 대문을 지나 돌계단 세 개를 내려오면 넓은 올레 밖이 펼쳐진다. 아직도 침잠하는 기억 속에는 아이들의 초저녁 뛰어노는 모습, 흙으로 무덤을 만들고 편을 갈라 노는 모습, 고개를 숙여 다리 사이로 집어넣어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굽은 등 위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땀이 영근 얼굴들, 뚱뚱한 전봇대에 왼팔을 괴고 얼굴을 기대서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읊어대던 순간, 멀리서 들리는 '밥 먹으라.'라고 외치는 나이 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요란한 저녁 짓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 향기는 현재의 시간을 잠식할 만큼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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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강사 활동을 했으며, 두 자녀의 성장하는 시간을 통해 내적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육아에서 독립 후, 독립출판, 전자책, 시에세이집을 출간한 50대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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