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무 살 초반의 터전이었던 신림.
신림을 떠난다.
처음 서울에 홀로 왔을 때 아무것도 없이 50만 원쯤 들고서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자취방을 구하고 싶었다.
그 당시에 서울에서 월세가 저렴한 지역을 찾아보다 신림이 혼자 자취하기에 좋다는 소문을 들었다.
저렴하다고 찾아본 곳들도 막상 가보니 10만 원대 방들은 없었다. 거의 다 20만 원대 중후반이었다.
대여섯 개 정도의 고시원들을 돌아보다가 그나마 가장 깔끔해 보이는 고시원을 골랐다.
한 달에 28만 원이었다.
고시원 생활을 3년 정도 했다.
3년 동안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도 있었지만 그냥저냥 살기에 나쁘지 않았었다.
그런데 고시원에는 사생활이라는 것이 없다. 방음이 전혀 안 되는 곳이었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원룸을 구해보았다.
나 혼자 방을 구하러 돌아다녔다. 방 구하는 것도 일이었고 꽤 힘들었다. 아마 자취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을 하겠지만 방 계약하는 것이 굉장히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이 된다.
그래서 그냥 그냥 괜찮아 보이는 원룸을 계약했다. 그런데 월세를 저렴하게 하는 조건으로 4년 계약을 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고, 고시원에서도 3년을 살았으니 원룸이면 그 정도는 당연히 살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고, 그리고 방은 살아봐야 안다고 살면 살수록 더 저렴하지만 좋은 방들이 눈에 보였다. 그러다 위층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야간까지 이어지고 그 소음에 못 견뎌 이사를 했다.
이전 원룸하고 크기는 같은데 10만 원이나 저렴한 방이었다. 그리고 채광도 더 좋고 훨씬 괜찮았다.
사실 그 방도 그 가격은 아니었는데, 부동산 아주머니를 계속 찾아가서 저렴하게 안 되겠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원룸은 첫 번째 원룸과 같은 동네 걸어서 3분 거리에 구하게 되었다. 꽤 괜찮은 곳이어서 2년을 살았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가 터지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괜히 집이 답답하고 좁게 느껴졌다.
그래서 또 새로운 원룸을 구해보았다. 월세로 가능한 금액을 더 늘리지 않으면 그 방이 그 방이긴 한데 괜히 이사를 했다. 그 전 원룸보다 아주 약간 정말 조금 더 넓었다. 분리형이어서 주방 쪽에 문을 닫을 수 있긴 한데 사실 살면서 한 번도 닫은 적은 없었다. 반지하는 싫었던 터라 2층으로 갔는데도 바로 앞에 건물이 있어서 환기가 잘 안되고 채광도 좋지 않았다. 살게 된 지 1년 4개월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너무 답답했다. 그리고 2층인데도 여름이 되자 천장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서 이사를 결심했다.
그동안 신림에서 계속 살았던 터라 멀리 이사 가기에 겁이 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새로운 동네로 가고픈 생각도 있었다. 새로운 동네로 가지 못한 것은 비싼 보증금과 월세 때문이지 가고 싶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다. 이사 어플들을 보아도 허위 매물뿐이어서 별로 도움이 안 되었고 부동산에 찾아가면 너무 비싼 월세에 그냥 지금 있는 곳에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한번 직거래 어플을 켜고 원하는 금액대에 필터를 걸어놓은 것으로 검색을 했는데 노들역에 월세가 진짜 저렴한 곳이 눈에 띄었다. 딱 봐도 보정한 것 같지 않고 투룸인 데다가 반지하도 아니었다. 직접 세입자와 집주인 전화번호가 적혀있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런 매물을 하루 이틀이면 바로 계약이 된다는 것을 몇 번의 이사를 통해 알고 있던 터라 저녁 10시였는데 찾아가서 집을 보았다. 지금까지 살았던 방들 중에서 가장 괜찮아 보였다. 지금 이사한 지 2주 정도 되었는데 아직까지 정말 만족한다.
앞으로 자취 일기를 남겨볼까 생각 중이다. 그 전의 기록까지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