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G-Flat Major, Op. 90, D. 899
겨울 파리답게 축축한 날이 이어진다.
오늘 밤은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다.
담배를 한 대 태우려 창을 열고 찬 바람을 맞았다.
건너 집들에 불이 켜진 곳이 없다.
어릴 적 민방위 훈련할 때 야간 등화관제를 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집에 있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다 문득 크리스마스 휴가철이라는 걸 깨달았다.
많은 사람이 고향이나 친지들을 찾아 떠나겠구나.
S는 오늘 무슨 일인지 혼자 신이 나 저녁부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작은 S는 그녀를 한참을 쳐다보다 시큰둥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늘 남의 생일에 참 유난이다 싶었는데 S를 만나 의미가 생겨버린 날이 되었다.
올해는 근사한 선물도 못 해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쓰인다.
고향에도 5인 이상 모이지 말라 했다며 크리스마스는 모두 집콕이라 제수씨가 전해줬고,
모 커뮤에서 인간의 세포로 과학자들이 고기를 생산 할 수 있다며 앞으로 기아 극복에 쓰일 수도 있을거라는 글을 읽었다.
2020년은 기묘하기만 하다. 늘 기묘했는데 내가 무던해졌던 것일 수도 있고.
슈베르트의 즉흥곡이 마침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