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자동차 디자이너는 정말 힘든 직업이다.

by 힐링다방

모터쇼 무대 위에서 빛나는 콘셉트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관객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수년간 밤을 새우며 고민한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땀과 좌절이 숨어 있다.

자동차 디자인은 겉으로 보기엔 멋지고 낭만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고독하다.

그들은 미래를 그리지만, 동시에 현실의 벽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산업 디자이너를 꿈꾼다.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분야는 단연 자동차 디자인이다.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은 단순히 ‘멋있게 보이게 하는 일’이 아니다.

선행 디자인(콘셉트·트렌드), 외장, 내장, CMF(컬러/머트리얼, 피니쉬) 등으로 세분화되며, 디자인 센터 안에는 크레이 모델(Clay Model)을 실제로 구현하고 측정값을 연구소와 공유하는 엔지니어들도 함께 일한다.


디자인은 단계마다 ‘전쟁’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디자인은 3~4단계 과정을 거친다.

처음엔 상품 기획 단계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4개 이상의 디자인이 디지털 모델로 구현된다.

이후 콘셉트가 구체화되면 2~3개의 크레이 모델이 만들어지고, 최종적으로 1~2개의 후보가 남는다.

이 모델들은 경영진·상품기획·마케팅 부서의 평가를 거쳐 마침내 하나의 디자인으로 결정된다.

이 시점부터는 엔지니어와 부품업체가 투입되어 금형과 공장 설비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큰 수정은 불가능하다.

소비자 조사를 통해 일부 개선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일정은 지연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결정 한 번은 수천억 원짜리 선택이 된다.


자유롭지만, 동시에 가장 제약이 많은 직업

콘셉트카 단계에서는 디자이너의 자유도가 높다. 미래의 가능성을 마음껏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단계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상품기획에서 요청한 콘셉트, 제원, 수익성 창출을 위한 제한적인 코스트, 계속 변화하는 법규, 안전성 브랜드 및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준수, 이미 결정된 플랫폼등의 아키텍처 등 수많은 제약이 동시에 작동한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는 5~7년이 걸린다.

디자이너는 미래 5년 뒤의 트렌드를 예측해야 하고, 상품 콘셉트를 완벽히 구현하면서도 소비자의 감성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두 담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신규 법규와 엔지니어의 패키징 조건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디자이너는 창의성을 ‘제약 속에서 증명해야 하는 직업’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차가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디자인은 팀 단위로 진행되며, 하나의 완성차는 수십 명의 디자이너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가끔 기자들의 리뷰에서 “내가 이렇게 제안해서 이 디자인이 탄생했다”는

자화자찬성 발언을 보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델이 확정되는 시점은 출시 최소 19~25개월 전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빛과 그림자 속에 산다

디자이너는 잘하면 칭찬받지만, 못하면 전사적으로 비난을 받는다.

심지어 경영진의 판단 하나로 수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들은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결국 자동차 디자인은 ‘새로운 시대의 얼굴’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자동차 디자이너는 예술가이자 엔지니어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 자유와 제약, 창의와 현실 사이에서 끝없는 줄타기를 해야 하는,

그야말로 가장 치열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의 종사자로 난 항상 그들의 노력에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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