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자동차 산업의 선진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내수 시장의 경쟁력, 그리고 그 내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추진력 — 이것이 중국의 가장 큰 강점이다.
2024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3,143만 대. 전 세계 판매 7,460만 대 중 42%를 차지한다.
이미 세계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한 셈이다.
중국의 1선 도시는 신차 등록 제한이 있지만, 3·4선 도시들은 여전히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신차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신차 보유율이 10% 미만인 반면, 중국은 아직도 50% 이상이 첫 차 구매자다.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의 2023년 전기차 판매 비율이 17%였던 반면, 중국은 무려 41%를 기록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국가 주도의 5개년 계획.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왔다.
특히 2021~2025년 계획에서는 ‘신에너지차(NEV, 하이브리드 제외)’를 국가 산업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당초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 20%를 목표로 했지만 이미 초과 달성했다.
충전 인프라, 차세대 배터리, 자율주행, 그리고 지능형 커넥티비티까지 포괄하는 산업 전환의 총체적 전략이었다.
둘째, 소비자의 ‘충전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수용. 중국의 30~40대 세대는 대부분 부모 세대가 전동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집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던 시대를 보았다.
따라서 ‘플러그를 꽂는 충전식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
그들에게 전기차는 낯선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파워트레인 선택지’ 일뿐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중국 전기차는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수십 개의 스타트업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졌다. 대부분 수익성보다는 생존 경쟁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중국 업체들은 상품기획 단계를 최소화하고, 디자인으로 방향을 확정한 뒤 곧바로 개발에 착수한다.덕분에 출시 속도는 빨라졌지만, 제품의 콘셉트 완성도나 시장 적합성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기차,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기술력 자체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문제는 ‘제품(Goods)’ 중심 사고다.
자동차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상품(Product)’이 되어야 한다.
즉, 기술이 아닌 ‘시장과의 접점’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전기차는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은 중국, 미국, 한국, 중동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중국 브랜드는 정치적·통상적 이유로 미국 시장 진출이 불가능하다.
BYD를 시작으로 ZEEKR, XPENG 등 여러 브랜드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향후 매년 1~2개의 중국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요즘 유튜브에서는 기자와 인플루언서들이 중국차의 기술력을 극찬한다.
맞다. 그들의 기술은 치열한 내수 경쟁으로 가장 앞서있다.
그들은 ‘기술의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불릴 만큼 파괴력이 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그들이 과연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판매할지를 프로젝트 초기에 충분히 검토했는가이다.
이런 시장 검토에는 최소 2년 이상의 리서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 브랜드는 내수 시장에서의 속도 경쟁에 익숙해져 이 과정을 생략했다.
반면 일본과 현대기아는 20년 이상 ‘시장 검토와 피드백의 반복’을 통해 지금의 글로벌 성공 노하우를 축적했다. 즉. 글로벌 전략에 대한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중국 전기차는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가지고 있다.
분명히 시장성도 있다.
그러나 핵심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가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기술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시장의 언어를 배우는 데는 아직 미숙하다.”
이 것이 선진화된다면 우리에게는 최대의 위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