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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Jun 26. 2022

실수 경계

28. 어설픈 초보

운전을 시작하고 일 년 즈음, 언제 어디던지 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도로에 대한 지식이 거만한 자신감으로 쌓여 도로에 민폐 차량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오늘 그 차가 비보호 좌회전 신호인데 빨간 불에 넘어가더라고."

"나 혼자 다치면 다행인데 어쩌려고들 그런데?"

"나는 보행자 있는데 무시하고 넘어가는 차도 봤다니깐."

운전면허증 잉크가 다 말라간 친구들끼리 모여 끊임없이 도로에서 만난 이야기를 늘어놨다.


네 명 중에 단 한 명 뚜벅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나.. 중고기는 하지만 차 뽑았어."

"뭐? 이 녀석. 왜 우리한테 이야기 안 했어? 오늘도 끌고 왔어?"

"응. 아는 길이긴 하지만 나 어제 모의 주행도 했었다?"

"하하하. 귀여운 녀석. 운전 선배 언니들이 운전이 뭔지 알려주마."

뚜벅이가 편하다고 하던 친구가 일을 시작하며 장롱에서 면허를 꺼냈더니 도로가 무섭 다했다.

친구 좋은 것이 뭐냐며 서로 친구를 돕겠다며 오늘 차에 함께 타고 한 바퀴 돌아보자 부추겼다.


"나 누구 태워 다닐 정도로 자신 있지 않아."

"야야야. 걱정 마. 우리가 다 같이 봐줄게. 이 앞에 공원 한 바퀴 돌아보자."

"그래 줄 수 있어? 아무래도 주행할 때 오는 내내 속도가 안 나와서 여기저기서 클락션을 울리더라고."

그렇게 친구의 차에 네 명이 벨트를 매고 탔다. 막상 타고나니 시동 켜는 것도 허둥대는 모습에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걱정이 밀려왔다.

친구의 심호흡이 끝나자 오디오를 켰다.

"오디오는 왜? 정신사 납지 않아?"

"아냐... 나 기독교인 거 알지? 찬송가를 틀어두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서..."

차 안에 찬송가 한 곡이 끝나고 다른 곡의 전주가 흐를 때가 돼서야 차가 서서히 움직였다.


목적지인 가까운 근린공원을 향하는 길은 오르막이었다.

옆에서 걷는 사람들보다는 빠르지만 뛰어도 이 차보다는 빠르겠다는 속도였다.

"오르막에서는 좀 밟아서 올라가야지. 우리 있으니 걱정 말고 밟아봐."

보조석 자리에 친구의 말에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앞만 보던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의 시동소리는 커졌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

뒤차에서 클락션을 울리기 시작했다. 

"왜들 저래? 초보운전이라고 붙여놨는데 너무 인정 없다."

"올 때도 이랬어?"

운전하는 친구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 좀 한다고 느리게 가는 걸 참지도 못하고 아주 웃겨들."

좀 전까지 도로에 민폐 차량을 험담하던 우리는 초보 배려 없는 차에 대해 모순되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빵빵."

속도도 속도지만 뒤차의 클락션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좀 밟아봐바. 외길이라서 앞질러 갈 수 없나 봐."

대답도 못하는 운전하는 친구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주 내려오는 차가 없자 뒤차가 중앙선을 넘어 앞 지기를 시도했다. 그리곤 우리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버젓이 멈추는 것이 아닌가?

"뭐.. 뭐.. 뭐야 저 차는? 보복운전인가?"

덩치 큰 남자가 차에서 내려 우리 차 쪽으로 걸어왔다. 

"차.. 차문 잠가. 또 라인가 봐."

"어머나. 무서워. 경차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곧이어 창문을 두드리는 남자의 손이 보였다. 운전석 친구는 창문을 조금 내렸다. 나머지는 여차하면 같이 싸워야 할 것 같아 욕지거리라도 뺏을 준비 중이었다.


"여보세요. 싸이드 브레이크 잡고 달리고 계시네요. 역시 잠겨있었네요. 풀고 달리세요. 크게 사고 나세요."

그의 시선이 위로 올라온 싸이드 브레이크에 닿자 모두의 시선이 싸이드 브레이크에 닿았다.

"어머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안전 운전하세요."

그가 떠나갔다. 부리나케 싸이드를 내리고 차를 옆으로 붙였다.


"어쩐지. 차가 고장 난 줄 알았어. 오는 내내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묵직해서 중고차라 그런 줄 알았거든."

"오는 내내 싸이드 브레이크를 잡고 온 거였어?"

"몰랐어. 원래 엑셀이 무거운 차가 있다고 하는데 이 차가 그런 건 줄 알았지."

"네 명이 타서 아무도 몰랐으니 우리도 더 조심히 운전해야겠다. 저분이 은인이네."


내가 조금 알게 되었다고 다 알고 있다는 실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볼 기회였다.

'이 정도면' 단어를 경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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