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Su Nov 10. 2023

비화림




책을 읽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건
 그들 마음속 인생 책 덕분인지도 모른다.

나는 삶이 막막해질 때면 책을 떠올린다.

사람들 말에 휘둘리기보다 내 안의 인생 책 컬렉션으로 찾아가 책을 읽는다.

예전에 나를 잡아 주었던 책이 이번에도 나를 붙들어 준다.

인생 책이 쌓여 갈수록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_ <매일 읽겠습니다> 황보름 저



북촌의 계동에 위치한 책방 <비화림>과의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다. 두어 달에 한번 쯤 들르곤 했던 비화림은 내게 남다른 감정으로 존재하는 곳이다.

마음이 울적한 날에도, 들뜬 맘에 발이 동동 굴러지는 날에도 생각이 절로 나는 곳이 비화림이다.


북적대는 계동의  골목길을 벗어나 작은 언덕을 오르면 비화림의 초록초록한 작은 입간판이 새초롬하니 보인다.

출근직후의 책방지기가 '턱'하니 야무지게 세워놓았을 '분명한'초록의 것이, 멀리서 작게나마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마음이 달래지고는 했다.


나는 마음이 단단해지고 싶은 날 유독 이 곳을 많이 찾는다. 규모는 아담하나 정다움이 넘치는 눈웃음 부자 책방지기가 있는 곳. 커다란  통창을 등 뒤로 기대 앉을 수 있는 벤치형 의자에 동그란 방석을 앉아 혼자만의 고요에 빠지는 일이, 그게 그렇게 행복했다.


주인장이 바지런하고 센스있게 북큐레이션을 해 둔 덕분에,

돌아갈 길 까마득해 걱정이 일기 시작한 마음은 외면한 마냥 내 손에는  욕심 넘치게 책이 들려있다.

늘 한결같은 정성스러움으로 책과 비화림 제작스티커를 담아주는 손길이  나긋나긋하여  기분이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 늘 이곳을 다녀온 후론 밤새 팔 근육통에 시달리는 고통도 달디  단 모양이다.


비화림의 책방지기는 눈치껏 알아내신  내 독서취향에 맞는 

신간이 나오거나, 본인이 읽는 도중 유독 내 생각이 났다는 책들을  추천해 주곤 했다.

그 책들 마침 제대로! 취향에 딱이고야 말기에,

이젠 굳이 재차 살펴볼 필요도 없이  바로 사서 자리에 앉아 읽는다. 그럴때마다 더 짙게 반원을 그리는 책방지기의 미소가  기뻤다.



비화림에 들어서면 늘 한결같이 공간을  꽉 채운 향이 있다.

비화림만의 시그니처가 되어 기억을 부르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은 유난히도 그 향이 그립기까지도 한 것이,

나는 정말 이곳에 길들여지고 말았구나 생각한다.

어디선가 같은 향을 맡게 된다면 비화림이 절로 생각나 달려가고픈 맘이 굴뚝같아질 만큼.

집을 이사하고 어느 날엔가는  자주 들르지 못하는 비화림이 그리다  같은 향을 수소문해  집에 비치해 두었다.

비화림과 '연결'이 되는 듯한 묘한 느낌이 좋았다.


잠시 머물렀다 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정이 찾아지는 안식처가 있는 나는 행운아다.


비화림의 낮과 밤


책방지기님이 몰래 찍어주신 사진  / 비화림의 내부전경





비화림


✔️주소: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153  1층


✔️영업일 : 수,금 12:00 ~19:00

                     토,일 11:30~ 19:00



안국역에서 도보 8분 또는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종로 01 버스를 타고 원서고개에서 하차하시면 바로 앞 책방입니다.

 

✔️ 직접 원두를 갈아 내린 '느린 커피 '(드립)주문 가능.

 Hot 5,500원,   Ice  6,500원


작가의 이전글 돌아와,우리의 일상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