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Su Sep 13. 2024

예,실컷 모셔주세요.


나의 말이다.


"야봉, 밥 줘!"

"야봉, 무화과 먹고 싶어.'

"야봉, 청소해야 해."

"야봉, 설거지 힘들지~?"

"야봉, 이 쓰레기 좀 가져다 버려줘."

"야봉, 사과 깎아줘.'

.

.

.

남편의 말이다.



"오늘은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장보러 가야겠다. 또 살거 있어?'

" 내가 할테니 움직이지 말라니까."

"아니, 이게 뭐가 힘들어.근데 많기도 하네."

"아이고, 쉴 틈이 없네."

"집안일이 끝도 없네. 이건 뭐 티도 안나고."

'사각사각...'



나는 한 달 짜리 여왕이다.

일명 '깁스여왕'이라고 칭해볼까.

하루 종일 갇혀 지내야하는 답답함의 보상이라고 해야하나.

남편이 퇴근하면 지극 정성 나를 돌봐준다.

요리도 하고, 행주로 식탁을 닦고, 밥을 차린다.

유투브를 틀어 준비를 마치고 우뚝 선 뒷모습으로 설거지를 한다.

청소기를 밀며 집안 곳곳을 종횡무진한다.

음식쓰레기를 매일 내려가 버린다.

티비 앞에 야무지게 앉아 곱게 빨래를 개킨다.

집안일이 끝도 없다고 툴툴 거린다.


그러면서도,


"아냐아냐 내가 할테니 가만히 있어."

"퇴근할건데 먹고 싶은 거 있어?"

"약 먹을 시간이야!"

"아이, 괜찮아.뭐가 힘들어."


말한다.



" 나 때문에 힘들지? 미안."

" 오늘 설거지가 넘 많았지,고생했어~."

" 야봉, 고마워."

"거봐, 집안일이 원래 티는 안나는데 쉴 새가 없다니까."

"이제 내 마음을 알겠지."

"커피 타줘요~~."


립서비스와 엉덩이 툭툭, 오구오구 몇 번.

고맙다는 진심을 때론 얄궂게, 때론 진지하게,

그렇게 오가며 서로의 고마움을 알아간다.


비록 한 달 짜리 시한부 여왕이지만,

17년만의 이 호사로움을 얌체처럼 야무지게 누려보련다.


엄살 좀 더 부려볼까?

"야봉, 나 다리 멍이 더 번졌어. 아퍼, 마이 아퍼."



앗, 남편 녀석, 집안일 마치고 씻고 나왔다.


"야봉~ 커피 타다 주세요~."

.

.

.


너무 고맙다는 말이다. 진.심.

당분간 지금처럼 잘 좀 모셔주십쇼.



매거진의 이전글 향기를 발산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