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아이스 팩
삼시 세끼에 진심인 우리 집은 한달에 한 두 번 정도는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틈틈이 동네 산책 삼아 시장에 들러 필요한 야채와 반찬을 조금씩 사온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새벽배송으로 식재료를 시킨다. 지난번 배송 줄이기 챌린지에서 말했던 것처럼, 원하는 종류나 특정 브랜드의 빵, 치즈, 요거트, 특수 채소나 과일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을 시키면 한번에 1~2개의 아이스 팩은 늘상 나온다. 내가 이용중인 배송업체들의 아이스 팩은 언제부터인가 드라이아이스 대신 물을 담은 아이스 팩들로 대체되기 시작했는데, 혹시 필요할지 몰라 쟁여 놓은 아이스 팩을 제외하면 딱히 쓸 일이 없어 바로 뜯어 버리곤 했다. 드라이아이스나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젤 형태의 아이스 팩을 받아 버릴 때 보다는 덜하지만 쌓여가는 비닐을 보면 여전히 죄책감이 들곤 한다.
어느 날, 김치 사업을 하는 후배가 배송이나 마켓 출점 시 아이스 팩이 많이 필요한데 구입하기
가 너무 아깝다며 아이스 팩이 있으면 버리지 말고 모아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또 새벽배송 냉
장식품에 함께 들어 있던 에코 아이스 팩 위에 아이스 팩 재 사용법이 눈에 들어왔다. 배송 후
바로 버려지는 아이스 팩의 수명을 연장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당장챌린지의 주
제를 ‘아이스 팩 재활용’으로 선택했다.
먼저 가장 필요한 곳, 바로 김치 사업을 하는 후배를 위해 아이스 팩을 모았다. 그리고 온라인 주문으로 식재료나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 양가에도 챙겨갔다. 친정과 시댁에 가면 양손 가득 반찬을 얻어오는데, 짐을 쌀 때 늘 아이스 팩이 없어 ‘아, 우리 집에 정말 많은데’라는 말을 하곤 했다. 반찬을 가져올 때 함께 넣을 아이스 팩과 양가 냉동실에 넣어둘 여분의 아이스 팩까지 넉넉히 챙겨갔다.
새벽배송 온라인 몰 중 하나인 SSG.COM에서 배송되어 온 에코 아이스 팩의 사용법은 이렇다. 드라이아이스 대신 미생물이 많이 사는 물을 얼려 재생지에 담은 친환경 아이스 팩이니 키우는 식물이 있다면 내용물을 부어 영양제로 활용해보라는 것. 식물이 없다면, 배수구로 흘려 보내도 되는데 그 미생물들이 수질 개선과 악취 저감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도 쓰여 있다. 다행히 집안에 크고 작은 화분을 많이 두고 있어 에코 아이스 팩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 물 · 전분으로 만든 아이스 팩 전환 추진한다.
환경부, 2023년부터 '비친환경' 아이스 팩에 부담금 부과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친환경 아이스 팩 생산량은 2.24배(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아이스 팩 생산과 유통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냉매 소재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고흡수성수지 아이스 팩 사용 비율이 40%에 이르는 높은 실정이다. 정부는 기업의 친환경 아이스 팩 제조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소비자에게 알리고, 관련한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비자로서 친환경 아이스 팩 생산을 응원하지만, 친환경 아이스 팩이든 고흡수성수지 아이스 팩이든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덜 쓸지, 어떻게 하면 여러 번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자연환경을 덜 해롭게 할지 고민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실천 해야겠다.
맘앤앙팡 에디터들은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한 가지 정해서 한 달 동안 실천하고 습관을 만드는 #당장챌린지를 하고 있다. 패트병 반으로 줄이기, 배달음식 주문하지 않기, 분리배출 제대로 하기, 물티슈 사용 줄이기 등 일상 속 실천으로 지구를 구하는 새 습관을 만드는 중이다. 성공의 뿌듯함을 담은, 혹은 실패 후의 반성과 변화를 담은 생생한 후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