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종윤 랩추종윤 공동대표
영상을 TV로만 접하는 시대는 이미 끝난지 오래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과 버스에서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뉴미디어에도 기회가 열려 있다.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고, 누구든 방송에 뛰어들 수 있다. 유튜브 '이스타TV'와 팟캐스트 '히든풋볼'을 운영하는 뉴미디어 스타트업 랩추종윤의 이주헌·박종윤 대표는 변화의 중심에 선 대표적인 인물이다.
레거시 미디어(TV, 라디오, 신문 등 과거에 출시됐거나 개발된 전통 미디어)에서 축구 해설위원으로 일하는 이주헌 대표, 스포츠 캐스터인 박종윤 대표는 이제 기존 방송과는 다른 플랫폼에서 색다른 축구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K리그 프리시즌 때 전지훈련장에 가 감독과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일반적인 콘텐츠도 있지만, 랩추종윤은 축구 예능과 같은 콘텐츠도 다룬다. 예를 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들의 이미지만 보고 가상으로 군대 편제를 짜보는 식이다.
2015년 시작한 히든풋볼은 이후 축구 팬들의 마음을 저격하며 구독자수 2만 6000명 이상의 대형 방송으로 성장했고, 팟빵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시작한 유튜브도 23일 기준 기준 35만 명, 누적 조회수 2억 9200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자 두 사람은 2019년 7월 랩추종윤의 법인 등록을 마쳤다. 직원 수도 벌써 14명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박종윤 캐스터는 "축구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게 랩추종윤 콘텐츠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는 축구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전문성을 배제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 어떤 사람들보다 축구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전달하는 그런 뉴미디어가 되고 싶습니다."
해설위원과 캐스터가 유튜브에 뛰어든 이유
2015년 회사를 그만둔 이주헌 해설위원은 신혼집 한편에 방음부스를 만들고 1인 방송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회사를 그만둔 박종윤 캐스터는 우연히 그의 방송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박종윤 캐스터는 "저와 이주헌 해설위원을 함께 알고 있는 박기덕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이주헌 해설위원 집에서 같이 방송을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그렇게 몇 차례 방송을 한 뒤, 이주헌 해설위원이 음성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인데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게 바로 히든풋볼"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헌 해설위원과 박종윤 캐스터, 거기에 김환 JTBC FOX Sports 기자가 함께 히든풋볼을 만들었다.
"저희는 생계형이었어요. 회사를 나오니 먹고 살 게 없더라고요. 진입장벽이 낮은 뉴미디어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히든풋볼을 생계로 가져가는 건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적자에 시달렸다. 박종윤 캐스터는 "히든풋볼은 팟빵 스포츠 분야에서 수년간 1위를 차지했지만 광고가 단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재정난 때문에 더이상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이 찾은 해답은, 팟캐스트 유료화였다.
당시 시장에 '유료 팟캐스트'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박종윤 캐스터는 "유료 플랫폼도 없어서 우리가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아예 팟빵에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업도 70% 이상 진행된 상태였다"며 "팟빵 측에 우리가 플랫폼을 독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씀을 드리니, 이미 팟빵에서도 콘텐츠 유료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독립할 것이냐, 팟빵에 남을 것이냐 고민하다 결국 남는 걸 택했고 콘텐츠는 유료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 방송을 유료로 전환한 이후 한 달, 구독자가 빠져 턱없이 낮은 청취율이 나왔다. 하지만 3달이 지나니 다시 저점을 찍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히든풋볼은 다시 팟빵 스포츠 분야 1위로 우뚝 올라섰고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와 축구 콘텐츠
코로나19로 스포츠 미디어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해외축구 경기가 사라지며 진행할 수 있는 콘텐츠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랩추종윤도 코로나19 타격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박종윤 캐스터는 "해외축구가 멈추니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기회로 잡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콘텐츠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종윤 캐스터는 "양복을 입고 가상뉴스쇼도 해보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먹방'도 해봤다"며 "최근 올라간 콘텐츠는 대부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축구를 유쾌하게 바라보는 방송을 하고 싶었다. 술자리에서 술 한 잔 마시며 축구 보는 것처럼, 축구와 예능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요즘 올라가는 콘텐츠는 대부분 그런 시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매일이 위기라고 생각했어요.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딱 6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뉴미디어 특성상 망하는 건 6시간이면 충분하거든요.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 유튜브는 올라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지하는 건 더 어렵더라고요. 뉴미디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요즘 팬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보고,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코로나가 정말 위기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때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팬이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점점 팬이 좋아하는 걸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은 팬이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보다 몸집이 커지다 보니 시선도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날것의 방송을 해도 보는 사람이 적으니 별 탈이 없었는데, 이제는 농담으로 하는 말이 왜곡돼 받아들여질 수 있겠더라고요. 팬들이 오해할 수 있어 팩트체크를 확실히 하고, 재밌자고 하는 말과 정보 전달을 분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이자 경영인으로서의 고민
유튜브가 커져 뉴미디어 스타트업으로 바뀌며, 신경 써야 하는 의외의 부분들도 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며 직원들 월급을 못 주는 상황이 오게 될까 봐 걱정이 많다"며 "이 회사를 어떻게 잘 가져갈 수 있을지, 출연진 의견을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방송 환경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다른 사업군은 어떻게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인지, 축구 이외의 수익은 어떻게 낼 것인지 등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뉴미디어 플랫폼이나 웹 기반 사업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광고가 궁극적인 수익모델인 것 같아요. 광고영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아요. 직원들이 영업해 온 광고가 어떤 콘텐츠에 들어가야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이 많습니다. 또 직원들을 어떻게 출퇴근시켜야 하는지, 연차는 어떻게 챙겨줘야 하는지, 보수는 어느 정도로 책정해야 하는지 등도 고민이에요."
박종윤 캐스터는 연봉 책정을 가장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상 편집자의 경우 업계의 급여가 전체적으로 낮은 편인데, 그 때문에 이직이 잦은 편"이라며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사람이 나가는 건 결국 비용이다. 업무를 가르치고 정착시키는 데 짧아야 3개월, 길면 6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직원들이 퇴사하면, 새로운 사람을 다시 뽑아 숙련시켜야 하는데 또 시간이 들고 결국 그게 매출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저희는 기본급에 영상 조회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추가로 준다. 본인이 낸 아이디어가 콘텐츠가 돼 나가면 조회수에 대한 수당을 또 따로 챙겨준다"고 말했다.
"최근 저희 직원들이 대부분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왔더라고요. 오래 다닐 의지가 있다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쁜 일이었습니다. 나름 다닐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랩추종윤에 일어날 변화는?
랩추종윤은 앞으로 콘텐츠 분야에서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할 예정이다. 새로운 앱을 만들어 팟빵에서 독립하는 걸 1차적인 목표로 세웠다. 박종윤 캐스터는 "팟빵은 외부 플랫폼이다 보니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없었다"며 "적합한 업체를 컨택해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팟캐스트를 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아직은 동시접속자가 많이 몰려들면 송출이 불안정하다는 등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앞으로 사업을 운용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후회는 없고 앞으로 잘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라이브 커머스와 비슷한 방식의 광고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박종윤 캐스터는 "광고 방송을 하며 수수료를 셰어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며 "좋은 업체를 선정해 좋은 가격에 상품을 소개해 판매하고, 그 수익을 셰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 커머스인데 완전한 형태는 아니고 중간업자 정도의 역할을 생각했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팬들과의 접점도 늘릴 생각이다. "2016년부터 공개방송을 했었어요. 팬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사태 때문에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팬들과의 만남을 가장 먼저 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에는 부업으로 유튜브에 도전하는 직장인이 많다. 이제 막 유튜브에 도전하려는 직장인들에게는 "취미로 하시는 거라면 영상에 강박 갖지 말고, 공들이지 말고 그냥 하시라"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유튜버로 성공하기를 바라신다면 정말 업무를 하는 것처럼 하루에 8시간 9시간 이상씩 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비즈 서정윤
seo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