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을 함께 병원에서 보낸 아내는 새벽같이 분만실에 들어갔습니다. 아이가 커서 유도분만을 시도하다, 분만이 여의치 않으면 제왕절개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분만은 분명 아내의 몸으로 이뤄지는 일인데, 어쩐지 내가 더 긴장이 됩니다. 간밤에는 잠도 꽤 설쳤습니다. 그런 척하는 건지 출산에 앞선 여러 과정에 의연한 아내의 모습이 새삼 대단합니다.
몇 시간 뒤, 길어도 하루 이틀 안에는 내가 아버지가 될 겁니다. '딴딴이'라는 태명에 걸맞게 아이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튼튼하고 건장했습니다. 세상에 나온 이후에도 다른 무엇보다 그러길 간절히 바랍니다.
선택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어쩌면 아이의 인생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중차대한 일들을 아버지라는 이유로 내가 모조리 결정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생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이름을 정해야 하고, 만일 제왕절개를 한다면 세상에 꺼내질 일과 시, 분도 정해야 합니다. 출산을 준비하면서 아이를 세상으로 꺼내는 순간에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일상을 위해 이토록 많은 준비물이 필요한지도 몰랐습니다.최근한 두 달 동안은 매일 같이 택배를 받아 나른 것 같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도 잘 모른 채 일단 조립부터 하고 봤습니다. 조금이라도 실용적이고 싶었던 아내는 당근마켓 키워드 알람을 늘 여럿 걸어 뒀습니다.
말해 뭐 하겠냐만, 저는 아직은 부족하게 너무나도 많은 아버지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무엇을 보여줄지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어른으로 완성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내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전혀 실감 나지 않습니다.아이와 함께 거침없는 속도로 변해갈 나의 일상이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합니다.
모쪼록 출산 준비로 온몸이 부은 아내가 이 모든 과정에서 편안하고 무사히 출산을 마쳤으면 합니다. 지금 제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