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정보의 교환은 올바른 판단을 이끌 수 있나
유튜브 알고리즘은 끝없는 정보의 늪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채널부터 수십, 수백 개의 조회수를 찍고 있는 아직은 덜 알려진 채널까지 무한하게 소환해 눈앞으로 대령한다. 돌고 도는 끝없는 술래잡기와도 같다. 특히 요즘 같은 탄핵 정국에서는 혼란한 정치, 사회 콘텐츠가 그야말로 쏟아진다.
순전한 호기심에 검색한 '부정 선거'라는 키워드는 공중파 보도 전문 채널의 최신 뉴스부터 보수 인사들의 토크쇼, 부정 선거를 증명해 내려는 증거 영상물들에까지 나를 인도했다. 길거리에 나선 많은 이들은 "유튜브를 보라. 유튜브에 증거가 차고 넘친다"라고 입을 모은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 몸을 던지면,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일까.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정보 네트워크 측면에서 인류 역사를 바라본 <넥서스>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아래는 유발 하라리의 저서 <넥서스>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나름의 기준과 순서로 간추린 것이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으로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반추해 볼 수 있을까.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모두 없애면 필연적으로 오류가 드러나고 진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보 네트워크의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시대인 유럽 인쇄 혁명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15세기 중엽 인쇄술이 도입되자 1454년부터 1500년까지 46년 동안 유럽에서 1200만 부 이상의 책이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전 1000년 동안 손으로 필사된 책은 약 1100만 부에 불과했다. 이때 일어난 인쇄혁명은 가톨릭 교회의 정보 네트워크 독점을 깨뜨린 승리의 순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의 양상으로 펼쳐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녀사냥'이다. 중세 대부분의 시기에 대다수 유럽 사회는 마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1485년, 도미니크수도회 수도사이자 종교재판관인 하인리히 크라머가 마녀사냥 원정에 나섰다. 크라머는 세계적인 사탄 음모론의 광신도가 됐다.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으로 보이고, 사탄의 마법을 비난하는 그의 말은 원색적인 여성 혐오와 이상한 성적 집착으로 얼룩져 있었다. 지역 교회 당국은 크라머를 추방시켰지만, 2년 만에 그는 <마녀의 망치>를 엮어 출판했다. 이 책은 마녀 색출과 처단에 관한 DIY 안내서로 마녀를 색출하고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마녀의 망치>가 권장한 심문 방법은 그야말로 악마적이었다. 피고가 마녀라고 자백하면 즉시 처형하고 그의 재산을 고발자, 처형자, 심문관들이 나눠 가졌다. 피고가 자백을 거부하면 고집을 악마의 증거로 간주해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뜨거운 집게로 살을 베고, 끓는 물에 몸을 담그는 등 끔찍한 방법으로 고문했다.
브릭센의 주교와 마찬가지로 다른 성직자들도 처음에는 크라머의 터무니없는 생각을 믿지 않았으며, 교회 전문가들도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마녀의 망치>는 근대 초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책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을 건드렸을 뿐만 아니라 난교나 식인, 아동 살해, 사탄의 음모에 대한 선정적인 관심을 충족시켰다.
인쇄업자들은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에 나오는 지루한 수학보다는 <마녀의 망치>의 선정적인 이야기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전자의 책은 근대 과학을 정립한 텍스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는 역대급 워스트셀러로 한동안 남았다. 반면 <마녀의 망치>는 1670년까지 16판을 더 찍었으며 여러 지역 방언들로도 번역됐다.
인쇄술의 등장이 유럽의 마녀사냥 광풍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면 과장이겠지만, 인쇄술은 사탄 음모론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크라머의 음모론의 인기와 금전적 이득에 취한 관료 조직들은 마녀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했고 마녀는 현실이 됐다. 근대 초 유럽인들 중 누구도 사탄과 성관계를 하지 않았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폭풍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마녀는 상호주관적 현실이 됐다.
마녀사냥꾼들은 <마녀의 망치>와 같은 영향력 있는 책들의 올바른 해석을 두고 논쟁했다. 마녀를 사냥하는 관료 조직이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할수록 그 모든 정보를 순전히 환상으로만 치부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마녀사냥에 관한 데이터 창고에 단 한 톨의 진실도 들어 있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학식 있는 성직자들이 쓴 모든 책은 또 어떤가? 존경받는 판사들이 판결한 그 모든 재판 기록은? 기록으로 남겨진 수만 건의 자백은?
마녀사냥과 관련한 수많은 기록과 정보는 질서와 권력을 생산했다. 하지만 진실과 지혜는 조금도 생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