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효닝 Jun 14. 2020

[3.8] 그저 비난만_코로나, 양성

세 번째 컨트랙 여덟 번째 이야기

'어휴 그러게 저 사람은 왜 여행을 갔대 이 시기에?'


 2020년, 올해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하며 시작했던 1월이 '일상'이 작은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달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일상이라는 것. 휴가 내어 온 사람들이 이 배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이것저것 하는 그런 일상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사건이 됐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멀지만 가까이 보이는 '네오로만티카' 그리고 '세레나'

 우리 배는 코로나 양성 배가 되고 말았다. 외부인들 에게는 바이러스가 도식하고 있는 그런 무서운 배가 됐다랄까? 유일하게 일본 나가사키에서 정박을 허가받고 아시아에 있는 코스타 크루즈 4척이 모두 나란히 쉬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배에서 양성이 검사 되었고, 나머지 배들 모두 일본에서 출항해야 했다.


 "우리 형제 배를 두고 가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파. 잘 지내고 또 연락하자."


 8개월마다 새로운 배를 배정받으면서 지나치는 매우 많은 나라의 매우 많은 친구들이 있다. 다행히 열나는 직원들이 없었던 나머지 세척의 배들은 모두 '마닐라'로 향하게 되었다. 그중 한 배에서 일하며 내 첫 번째 계약 때 함께 했던 인도네시아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비행기로 직원들을 하선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되어 모든 크루즈 회사의 모든 배들은 직원들을 안전하게 하선시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나라로 항해해서 직접 하선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1번으로 도착할 수 있는 나라는 비교적 직원 수도 많고 거리적으로 멀지 않은 '필리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나른 회사들도 아시아 지역의 크루들을 하선시키기 위해 마닐라로 향했다. 마닐라로 가면서 몇 달 동안 같은 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가며 지냈던 친구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보고 건강하게 잘 하선해서 다시 또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다 떠난 나가사키. 우리 배는 갈 수가 없었다. 


 최종적으로 153명이 코로나 양성.


 이 바이러스가 정말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침입해 아무도 모르게 그것도 매우 천천히지만 빠르게 배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600명 크루 중 150명이라니. 내가 그 150명에 해당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무엇인가를 만지고 내 몸에 침투했을지 그 누가 알까. 


 검사한 지 하루가 지났다.


 이 시간 즈음이면 결과가 나와야 하고, 일본 뉴스에서는 이미 최종적으로 감염된 사람의 수가 특종으로 떠돌고 있었으며 한국에서도 이미 기사가 났다.


 이미 뉴스를 본 친구들은 

 '설마 저거 너 아니지?' 

라며 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했고, 인터넷 기사에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직원들이 600명이나 있었던 이유가 뭐람?'

'애초에 이탈리아 배가 왜 일본에 있어?'

'역시 한국인 종특이야. 가지 말라는 여행은 왜가가지고 그래?'


 참 많은 사람들의 많은 생각과 많은 이야기. 아, 아예 생각이 없는 말들이겠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에 처해있는지 알 길도 없지만 그저 자신들의 '참견'을 내뿜으며 비난을 해냈다. 악플, 댓글들에 시달리는 유명인사들이 자살하는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다. 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고, 지나가는 기사에 지나가는 소식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조그만 비난도 화가 되어 돌아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승선일을 기다리고 있었던 다른 한국인 직원은 600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있는 배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통통배가 아닌 직원만 1000명이 거대한 배이고, 엄마는 여행 간 게 아니라 일하는 직원이라며 울움 섞인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그런데 정말 댓글을 달았는지는 모르지만 동생에게 건너 듣기로는 울 정도로 속상해했다고 한다.)


 기사의 헤드라인이 그런데 가장 문제다. 우리 배는 공포스럽지도 않았고 일본 크루즈선도 아니다. 일본에 정박해 있었지만 모든 뉴스들은 일본, 크루즈선이라고 표기했고, 일본 이야기만 나오면 분개하는 한국인들에겐 더 자극적이기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양성이 생겨난 것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고 있고, 직원들도 마음의 안정을 지키며 잘 지내고 있다. 우리 복도에 귀신이 돌아다니거나 방문을 두드리며 살인을 저지르는 공포도 없었다. 크루즈선 자체에 공포를 조장하는 저 기사 제목들과, 일본이라며 일본만을 강조하는 글들, 마치 그 한국인 1명이 일본에서 당장 물에 빠져 죽기라도 하듯 비유하는 모든 문구들이 거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직원들이 600명 있었던 것은 뭐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나 크루즈 자체가 10명 20명으로는 운행될 수 없는 거대한 곳이라서 그래요.'

 '타보시면 아실 테지만, 크루즈선은 우리나라 국적선이 없어요.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 선사가 아시아에도 크루즈 문화를 전파시킨 것이랍니다.'

 '이 시기에 여행하는 크루즈도 없어요. 모두 문 닫은 지 한참이랍니다.'


그들은 속이 시원했을까?


똑똑.


종이를 뒤적뒤적한다. 내 아이디를 물어본다. 괜히 내 방 번호도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래 너는 음성이야."


 음성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양성을 받아들여야겠지 하며 체념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음성. 음성인 직원들은 2주 격리가 끝나고 나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집으로 보내진 다고 한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남았다. 


 집으로 가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3.7] 그래 인정하자_코로나, 양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