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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효닝 May 19. 2020

[3.3] 설날 크루징, 그런데 누가 사라져?

세번째 컨트랙 세번째 이야기

 Happy New Year 2020!


 새벽 2시. 모든 배에 캡틴이 방송을 했다.


"승객 한 명을 찾고 있습니다."


_


8개월이나 승선해서 생활하면 적어도 한 번이나 두 번은 내가 근무하는 기간과 명절들이 겹치게 된다. 2020년을 시작하면서도 이번 설날은 배에서 보내게 되었다. 먼 친척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먹는 그 설날 아침밥이 그립긴 하지만 난 올해도 '중국인'크루징으로 신년을 보내게 되었다.



 이번해는 '아틀란티카'호와 함께 설날을 보내게 되었는데 우리 레스토랑에도 이렇게 설날을 알리는 데코(?)들이 하나둘씩 퍼져나간다. 올해는 좀 덜 과하게 하나보다. 이탈리아 배라 모든 구역들이 중세 스타일이지만 이렇게 아시안 스타일이 겹치면 은은한 색에 빨강이 입혀지게 된다. 아시아 노선이라고 해도 대부분이 중국인 크루징이라 그저 중국인 배다. 전에 승선했던 배는 일본인과 유럽인 크루징이 대부분이어서 중국인을 경험하는 게 새롭기도 하고 또..ㅎ 참 새롭다.


 새해 크루징, 설날 크루징이라도 별 다른 점은 없다. 그저 그날 밤 얼마나 많은 음식을 서빙해야 했냐면.. 하.. 지금 생각해도 다시는 그날로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많고 다양한 음식을 그 중국인 쉡이 내놓았다. 이럴 때는 진짜 한국인 시장도 커져서 설날이라고 불고기도 내고, 비빔밥에 떡국 뭐 이런 것도 제공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루즈에 대한 관심이 적기도 해서 일 년에 한 달 정도만 마주하게 된다. 아쉽다.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캡틴이 그날 새벽, 승무원 구역에도 방송을 했다.


"객실에서 손님 한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찾고 있습니다."


 새벽 2시에 그것도 캡틴이 직접 방송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그런데 손님 한 명이 사라지다니?


"똑똑" (자는 척)


 승무원 구역에서 그 손님이 실종되었을까 봐 모든 크루들의 방을 다 점검했다. 새벽에 두 시간마다 계속해서 방송이 나왔다. 다음날, 사라졌다던 손님의 얼굴과 신상정보들이 모든 부서에 전송되었다. 아직 찾고 있단다. 원래는 상하이에 도착했었어야 했을 시간인 오후 12시 다시 한번 방송이 나왔다.


"우리 배는 계속적으로 구조작업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실종된 승객을 찾지 못했습니다. 4시간이 지연된 지금 다시 한번 안타깝게도 원래 항로대로 상하이로 향하겠습니다."


 모두 웅성웅성한다. 3년이나 일했지만 나에겐 이런 일이 처음이다. 더 오래 일한 크루들은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이 사건은 무조건 'MAN OVERBOARD' 상황이라고 한다. 'MAN OVERBOARD'는 쉽게 말해 사람이 바다에 빠진 것이다. 맨 오버 보드 상황에도 물론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다. 훈련도 한 달에 몇 번씩 한다. 그런데 이 대처 방안도 내가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야 가능한 것이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내가 빠질까 봐 겁이 났다기보다는 중국에서도 가장 큰 명절 중에 하나로 여겨지는 이 설날에. 그 누군가의 가족들은 구성원 중에 한 명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들끼리만 하선을 해야 한다. 사라진 그 승객은 그날 밤 그 깜깜하고 차가운 물에 정말 빠진 걸까? 계속 겁이 났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회사에서 진위 조사 과정을 거친다고 하기는 한다. 하지만 누군가 배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돼 버린 설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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