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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효닝 May 23. 2020

[3.4] 크루즈 표류기 ft.코로나 안녕?

세번째 컨트랙 네번째 이야기

"내일부터 모든 크루징이 취소됩니다."





일본 나가사키의 하늘 그리고 오픈덱의 싱그러움

 크루즈선은 1년 365일 연중무휴다. 한국 손님들이 승선하고 내릴 때 나도 같이 집으로 가거나 며칠 쉬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크루즈 선은 비행기처럼 기항지는 있지만 그 기항지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쉽게 말하면 크루즈선도 비행기처럼 기준점으로 항해하는 '홈포트'가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해외로 뻗어나가듯, 배도 하나의 '홈(home)을 마련해 놓는다. 하지만 비행기와 차이점은 회사가 해외 선사라해도 이 홈포트를 아시아로 두기도 한다. 또 이 홈포트는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보통 미주나, 유럽 노선은 이 홈포트가 1년 내내도 똑같기도 한데, 우리 아시아 노선은 홈포트가 자주 바뀐다.


 우리 배는 중국 '상하이'를 홈포트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홈포트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 홈포트를 기준으로 승하선을 하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이 홈포트에서 승선하고 하선한다. 중간에 어느장소를 들르던 승하선은 이 홈포트에서만 가능하다. 부산에 코스타 크루즈가 입항하는 시즌에 맞춘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승하선이 가능하지만 보통의 나날이나 유럽, 미주 노선을 타기 위해서는 크루즈가 시작하고 끝나는 '홈포트'로 가야한다. 그래서 보통은 이 홈포트에서 홈포트로 즉, 시작하고 끝나는 한 '항차'를 두고 '크루징'이라고 말한다.




 서두가 길었던 이유는,

 2020년 1월 말, 우리 배의 홈포트 였던 상하이도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항해 했던 설날 크루징도 사실은 최대 인원이 초괴되는 '오버부킹' 상황이었지만 승선시에 우한 지역에서 오는 500명은 승선하지 못했다. 그정도로 회사에서는 1월부터 코로나를 심각하게 생각했다.


 "내일부터 모든 크루징이 취소됩니다."


 캡틴이 또 다시 방송을 했다. 캡틴이 방송을 하는 경우는 마치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하듯 매우 위중한 상황에 처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이다. 그래서 내일 부터 모든 손님들의 크루징이 취소되고 크루들만 생활을 하게 된다.


 난 1월 중순에 승선했고,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알기까지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크루징이 취소되고 나서는 승선 예정이던 모튼 크루들의 스케줄이 취소되고, 하선 스케줄까지 대거 취소되었다. 난 어쨋든 승선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인데 그래도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때 까지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렇게 파급력이 있는 바이러스인지도 몰랐고, 그냥 회사에서 되게 과하게 대처하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드라이 독(Dry Dock)


 다행히도 우리 배는 2월 초부터 '드라이독'(Dry Dock) 이 예정되어 있었다. 드라이독이란 말 그대로 드라이(Dry)한 곳에서 독(Dock)을 한다는 말이다.  

아시아에 있는 코스타 크루즈 배 중 하나인 '세레나'가 보인다. 안녕 잘 지내지?

 원래는 대부분 아시아에서 드라이독을 하게 되면 '상해'로 가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중국으로의 접근이 제한되고, 그나마 가까이 있었던 일본 '나가사키' 쉽야드로 가게 된다. 조금 더 둘러서 한국에 부산이나 울산으로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 싶기도 하다.:)


 드라이독은 저렇게 사진에 보이는 물에 떠 있는 배의 상태와는 정 반대로 조금 더 안으로 들어와 수문을 닫고, 물을 전부 내보낸 채로 배가 그저 땅에 서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 상태로 배의 외부와 내부 수리가 들어간다. 첫 번째 컨트랙에서도 드라이독 상황을 경험했는데, 맨날 물에만 떠 있던 이 배가 어떻게 이렇게 바닥에 꽂꽂이 서 있을 수 있는지 매번 놀랍다.


 그리고 외부에서 '테크니션'들이 들어온다. 엔진이나 기술적인 수리 외에도 보통은 배 전반에 있는 카펫을 모두 교체 하는 것이 가장 큰 작업이다.

손님들이 아무도 없는 고요한 아침, 이 고요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크루즈선 내부에는 모든 구역이 카펫이다. 이 카펫 위에선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바다가 좀 거칠고, 배가 흔들리는 날들이 이 카펫들의 전성기(?)다.


 보통 일본인이나 유럽인들은 바다를 끼고 살기에 평소에도 배를 많이 접해봐서 배멀미가 많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대륙의 손님들은 배멀미 하는것 보면 내가 다 안쓰럽다. 왜냐하면 멀미 증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알고, 차 멀미와는 다르게 배 멀미는 멈 출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날 우리 카펫 위에는 파티가 일어난다..^^


 어쨋든! 이렇게 저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카펫을 모두 교체하는 작업이 드라이독 중에서도 큰 일이다. 외부 테크니션들이 이런 일을 하는 동안, 내부에서 크루들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손님이 없는 크루징 기간이 되면 보통 크루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지 보수, '청소'이다. 레스토랑 부서에서 근무하는 나의 마지막 설날 크루징이 끝나고 처음 했던 임무는 레스토랑 식기와 모든 환경들을 소독하고 청소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마지막 크루징에서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들이 뿌리고 갔을 이름모를 바이러스 때문이겠지? 오랜 시간 손님들이 없으면 쓸고 닦고 또 쓸고 닦고 한다. 뱃사람들 용어로 '마마가요'라고 하는데 땡땡이 친다는 의미랄까? 뭐 그래도 일의 강도는 설렁설렁이 되기 마련이다.ㅎㅎ


 이렇게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코로나의 여파가 우리 배로 밀려 온다. 아니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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