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찬노숙
뒹구는 낙엽은 머리가 시렵겠다
속울음 걸어둔 거미줄을 버리고
떨어진 땅에서 석 달 열흘쯤 오그리고 누웠다
콧물 삼키며 갑옷을 깁다가
히죽히죽 웃어도 보다가
서랍보다 더 지독한 콘크리트 벽에 갇히고 말았다
겨우내 기운 한 벌 옷
몸매 좋은 마네킹에게 입히려고
쳐다보아 주는 이도 없는 쇼윈도를 서성이다 돌아와서도
뚜벅뚜벅 길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
누구의 발밑에 어지럽게 핀 꽃이면 어때
심장 없는 마네킹과 나는 무엇이 다른지
이리저리 언 땅 위에서 한 시절 뒹굴다
더는 시려운 머리 어쩔 수 없을 때
내 고민은 깊어졌다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에게
나 잠시 팔베개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