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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양자 Dec 09. 2024

시 꾸러미

풍찬노숙



풍찬노숙





뒹구는 낙엽은 머리가 시렵겠다


속울음 걸어둔 거미줄을 버리고

떨어진 땅에서 석 달 열흘쯤 오그리고 누웠다


콧물 삼키며 갑옷을 깁다가

히죽히죽 웃어도 보다가

서랍보다 더 지독한 콘크리트 벽에 갇히고 말았다


겨우내 기운 한 벌 옷

몸매 좋은 마네킹에게 입히려고

쳐다보아 주는 이도 없는 쇼윈도를 서성이다 돌아와서도

뚜벅뚜벅 길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


누구의 발밑에 어지럽게 핀 꽃이면 어때


심장 없는 마네킹과 나는 무엇이 다른지

이리저리 언 땅 위에서 한 시절 뒹굴다

더는 시려운 머리 어쩔 수 없을 때

내 고민은 깊어졌다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에게

나 잠시 팔베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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