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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양자 Dec 08. 2024

시 꾸러미

도토리 우화



도토리 우화


 



박팽년의 한이 걸어 다녔을

낙동강을 한눈에 가둔 산기슭에서

도토리 몇 개를 나 주워 든다


폭염의 여름을 건너온 나무

비바람이 몰아치고 간 삼단우산 속엔

불씨같은 나, 꺼질 듯 조그만해졌다


성급하게 다가온 건 화살촉

일방적인 고백은 비수

퍼붓던 투정 뒤에 하늘은 두려워졌다


혼자서 가끔 찾아가는 육신사

지난날들의 열기는

지금쯤 어디에서 식어가고 있을까


의지 굳던 도토리

한 사내의 최후가 굴러 덜어져

기억의 징검돌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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