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징검돌을 놓고
도토리 우화
박팽년의 한이 걸어 다녔을
낙동강을 한눈에 가둔 산기슭에서
도토리 몇 개를 나 주워 든다
폭염의 여름을 건너온 나무
비바람이 몰아치고 간 삼단우산 속엔
불씨같은 나, 꺼질 듯 조그만해졌다
성급하게 다가온 건 화살촉
일방적인 고백은 비수
퍼붓던 투정 뒤에 하늘은 두려워졌다
혼자서 가끔 찾아가는 육신사
지난날들의 열기는
지금쯤 어디에서 식어가고 있을까
의지 굳던 도토리
한 사내의 최후가 굴러 덜어져
기억의 징검돌을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