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움과 괴로움은 비슷한것 같지만 분명 다르다. 어려움은 머리가 인지하는 상태라고 한다면 괴로움은 그것으로 인한 내 마음이 받아들이는 상태라고 할수 있으니 다르다. 어려움이 발생하면 괴로울 확률이 높은건 사실이기도 하다. 예전에 딸내미가 어릴적에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인가 어려운 산수공부를 하는게 싫어서 2학년 문제집을 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참 웃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 쉬움을 택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어쨋든 내 딸내미도 대학생이 되었고 지금은 훨씬 어려운 공부를 하지만 크게 괴로와하지는 않는거 같다. 나 역시 학문의 길을 가면서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인데 내 주위를 보면 다들 나와 같지는 않은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괴로움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수 있을까?
2. 나라고 뭐 괴롭지 않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사실 괴로움은 인생의 디폴트이다.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괴롭지 않은게 아니다. 인생은 고통이라고 설파하신 석가모니의 통찰처럼 원래 사는게 괴로운 것이다.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 잠시 시선을 딴대로 돌리고 순간적 즐거움을 추구할수는 있어도 그 파티가 끝나면 다시 괴로움을 직면한다. 그런 면에서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맞이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인생을 대면하는 것의 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괴로움을 피할수 있을까 하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살면서 괴롭지 않을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니 정직하게 대면하고 이를 감당하는게 더 책임있는 자세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인생에 위안이 없는건 아니다. 내 생각에는 두가지 측면에서 위로를 할수 있을텐데 하나는 겸손한 자세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겸손하게 나 자신의 연약함과 무지를 인정하고 그걸 겸허하게 받아들인 상태에서 난관에 부딪힐때에 이를 당연히 여기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오히려 자존감이 낮고 심리적으로 취약할수 있다. 자신의 초라한 참모습을 발견해서 좌절하는 것인데 그게 본인의 괴로움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쉽게 좌절하는 마음에는 겸손함이 결여된 것일수 있다. 겸손함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기화해를 이룰때 자연스럽게 얻어진다
4. 다른 한가지 위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 경험상 나만 힘든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묘한 위로를 준다. 이 길을 나만 가는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갔던 길이고 그들 역시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결국은 통과하고 이겨냈다는 사실이 나 역시 그들처럼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낼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이상 포기하지 않을수 있고 어려움을 통과하는데 생길수 있는 자기불신과 의혹을 떨쳐버리고 결국 끝까지 버티고 다시 한번 도전할수 있는 정신적 땔감을 제공할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냉소주의자나 거만한 사람들을 멀리하고 정직하고 겸손하고 열정있는 사람들을 가까이하는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