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광 Jan 21. 2022

1/20/2022 목요일

1. 오늘 아침 출근 섭씨 영하 20도였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아서 더 춥게 느껴지지는 않아 견딜만했다. (아이오와는 산이 없어서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고 겨울에 북풍이 불면 영하 30도 이하의 느낌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추운 하루를 왔다갔다 했으니 뭔가 알차게 보냈어야 하는데 과연 오늘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일부터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기에 오늘은 뭔가 청소하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냈다. 내일부터 하나의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방해요소를 미리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admission committee 관련 일도 처리하고, Haziza 교수 펠로우 추천서도 작성하고, 여기 저기 밀린 이메일 답장하는데 한나절을 보냈다. (교수들은 이메일 답하는게 잡일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는 오늘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


2. 오후에는 포닥이랑 연구 관련 미팅을 하면서 희망의 빛줄기를 보았다. 포닥 친구가 작년 가을에 와서 몇달 동안 연구관련하여 큰 진전을 보지 못하여 본인이 맘고생을 한 것으로 아는데 오늘 미팅을 해보니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 기뻐하면서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다. 그 친구가 포닥으로 왔을때에는 본인도 큰 발전을 기대하고 왔을텐데 그 과정은 사실 쉽지 않다. 일단 쉬운 길을 찾아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다는건 학문의 세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쉬운 길을 택할수는 있지만 그러면 그냥 고만고만한 논문을 쓰고 적당히 논문 점수를 채우는 평범한 학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어려운 길을 택하면 본인이 그 과정에서 실패를 해서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만 낭비할 수도 있거나 아니면 대단히 탁월한 결과를 얻는 성공을 할수 있다. 결국은 low risk low return 이나 아니면 high risk high return 이냐의 상황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그 친구에게 후자의 길을 권유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고만고만한 논문에 성이 안차니 내게 도전이 되는 토픽을 잡는 경향이 있는데 내게 도전이 되는 토픽은 박사과정생이나 포닥에게는 당연히 어려운 토픽이니 나랑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고생을 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게 그과정에서 겪는 맘고생과 좌절 뿐만 아니라 제한된 기간동안 성과를 내어야 하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쉬운 길로 바꾸고 싶은 유혹이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암튼 내가 그 친구에게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곳 아이오와에 포닥을 하러 온것은 일종의 도를 닦으러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단지 논문 몇편 쓰고 그걸로 교수 채용에 유리한 점수를 얻는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장기적으로 본인이 앞으로 평생 써먹을수 있는 학문적 도구를 개발하는 기회로 삼으면 당장 시작이  느리고 초조한 느낌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훨씬 유리할수 있다"  내용이었다. 사실 단기적 목표를 추구하면서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단기목표를 기꺼이 포기할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자산을 확보하는게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1/19/2022 수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