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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Apr 03. 2024

성공의 필요조건

어제는 눈이 내렸다. 4월인데 주책맞게 눈이 내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펑펑. 한시간 정도 내리고 그쳤는데 그 눈은 길 위에 쌓이지 않았다. 눈이 내리면 눈이 땅위에 쌓일것만 같지만 그렇지 않고 땅이 얼어있어야만 눈이 왔을때 길 위에 쌓이게 된다. 불교 식으로 말하면 눈이 내리는 것은 인이고 땅이 얼어있는 것은 배경에 해당되는 것으므로 연이라고 한다. 이를 합해서 인연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눈과 같은 직접적인 요인만을 고려해서 어떤 결과가 얻어지기를 바라기 쉽다. 하지만 많은 경우 어떤 요인만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요인 더하기 주변 환경이 받춰 줘야만 결과가 이루어진다. 이는 마치 우리가 공부를 할때 노력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머리가 좋다던가 아니면 노력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는 현실에서 종종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착각한다는 것에 있다. 내가 이렇게 노력했으니 이제 성적이 오르겠지라고 기대하기 쉽다는 것이다. 결과 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과정 중심적으로 생각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을 성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면, 성공을 위해서 충분조건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것은 환상에 기반한 헛된 수고라고 할수 있다. (왜냐하면 복잡한 현실에서 단 하나의 충분조건을 통해 성공을 얻는 경우는 없을테니까). 따라서 우리는 충분조건을 찾기 보다는 필요조건을 찾아야 한다. 그 필요조건을 일단 충족시켜 놓았을때 성공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필요조건을 찾는것은 인지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필요조건을 찾는 방식으로 머리를 쓰는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은 충분조건을 찾는 방식이다. "A 를 만족하면 B 가 성립한다"라는 명제가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배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우리가 사회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충분조건이라는 대박을 찾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필요조건을 찾아서 이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할텐데 필요조건을 찾는 방법을 어려워한다. 


내가 생각하는 필요조건을 찾는 방법은 원하는 명제의 대우 명제를 사용해서 찾는 것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필요조건을 X 라고 한다면 "성공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X 를 했다"라는 명제로 표현될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우 명제는 다음과 같다. "X 를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를 한다" 이렇게 표현해 놓고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내게 주어진 미션을 실패하고자 한다면 나는 지금 무얼 해야할까?" 그렇게 질문을 하고 얻어지는 답에 대해 부정을 취하면 그게 필요조건이 된다.  찰리 멍거의 거꾸로 사고법이라는게 이런 방식이라고 한다. 


https://blog.naver.com/ch12524/223288851821


그런 면에서 우리는 타인의 성공담을 듣는건 별로 유익하지 않지만, 실패담을 듣는건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타인의 성공담을 듣고 그걸 내가 모방한다고 성공할 가능성은 낮지만 타인의 실패담을 듣고 그걸 그대로 따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떠할때 실패할 것인지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다. 그러한 실패를 간접적으로 학습함으로써 그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때 성공의 가능성은 높아질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무얼 먹음으로써 건강해지는 비결은 없지만 무얼 먹지 않음으로써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피할수는 있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안나 카레리나 서문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내용의 글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이유로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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