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
그는 자신이 다른 펭귄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외관의 차이에 대한 그 어떤 감정도 없었다.
더불어 이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나 그것이 가져올 미래 따위는 관심조차 없었다.
다른 펭귄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삶은 한 인간이 그를 발견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인간은 핑크펭귄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것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왔다. 핑크펭귄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 모든 관심은 곧 즐거움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들이대는 카메라 앞에서의 포즈는 익숙해졌고 얼음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과감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에메랄드 빛이 도는 빙하를 배경으로 서 있을 때 자신의 핑크깃털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날 아침 사냥을 하러 나서는 순간, 빙하의 표면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갈라지듯 핑크펭귄은 인식의 한 부분이 거대한 덩어리로 쪼개지는 것을 느꼈다.
그 위에는 다른 펭귄들이 볼품 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난 특별하고 저들은 평범해.“
날이 갈수록 핑크펭귄의 주변에는 더 많은 인간들이 모여 들었다. 인간들이 모여들수록 두려움을 느낀 다른 펭귄들은 떠나갔다.
동화책에서 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변해버린 주인공에게서 친구들은 떠나기 시작한다. 뒤늦게 혼자임을 깨달은 주인공은 정신을 차리게 되고 다시 친구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핑크펭귄은 평범한 펭귄들이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어서도 있을수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책에서 봤던 것 처럼 외롭거나 그립지 않았다. 인간들은 날이 갈수록 핑크펭귄을 더욱 사랑했다.
자신이 가진 핑크깃털을 이용한 굿즈와 캐릭터를 만들었고, 특별한 존재가 된 이유에 대해 책을 썼고 강의를 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핑크펭귄의 삶을 배우려고 했다.
간간히 핑크펭귄의 깃털은 염색한 가짜라는 거짓 뉴스와 잘못된 과거에 대한 폭로등이 나왔지만 이내 해명 되었고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가끔 과거가 그립다느니, 평범하게 살고 싶다느니 하는 작가가 써준 이야기를 해댔다. 그 말에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그리고 핑크펭귄 앞에 ‘갓’을 붙혀주었다. 그렇게 핑크펭귄은 평생을 부귀영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죽어서는 국립중앙자연사 박물관에 박제 되었다.
다른 평범한 펭귄들이 은연중에 바랐던 핑크펭귄이 추락하는 것은 영원히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