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소 Jun 11. 2023

여행의 이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 익숙해진 요즘이다. 삶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나지만 현재 나의 삶에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라 새로움을 찾기보단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비슷한 하루를 보내다 문득 과거의 내가 그리워졌다.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고 용기가 넘쳤던 나. 현재의 만족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그것을 쫓아가던 나. 그때의 내가 그리워졌고 바라보고 싶어졌다. 가장 쉽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것. 그렇게 시작된 나의 사진첩 투어는 과거의 나를 마주하게도 하지만 문득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게 하였다. 지난날의 나를 바라보면서 잊고 있었던 여행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했다. 스무 살 어른이 되자마자 친구와 둘이서 서울 여행 계획부터 세웠으니까. 다들 운전면허를 딴다 연애를 한다 바빴지만 나와 친구는 조금 달랐다.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름방학을 맞아 처음으로 둘이서 서울 여행을 떠났다. 그때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여행이었기에 바리바리 짐을 싸고 이고 지고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줄 이어폰을 나눠 끼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여행을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친구와 나, 둘이 부산을 떠나는 순간이었기에 그 설렘을 잊지 못한다.


어린 나이였기에 잠보다는 더 많은 곳을 다니는 게 목적이었고, 잠자는 곳에 큰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아 찜질방을 숙소로 선택했던 어린 날의 우리. 숨어있는 맛집, 공간을 찾기보단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계획. 하루 종일 걸어 다녔고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에 물집도 잡혔지만 끊이질 않는 웃음소리. 그냥 좋았다. 자유로웠다. 새로운 것들을 마음껏 느끼고 받아들였다. 그때부터였을까 나의 여행 여정이 시작된 순간이.




그 이후로 여행에 매력을 느껴 틈만 나면 여행을 가게 되었고 국내에 유명하다는 곳은 거의 다 가봤다. 대학생들의 특권이라면 특권인 내일로를 이용했고 잠은 사치이기에 여전히 찜질방을 숙소로 잡았으며 차는 없었기에 매번 2만 보 넘게 걸어 다니며 아픈 다리를 이끌고 방방곡곡 여행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빛났고 눈부셨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참 무모하고 자유로웠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했고 직접 경험해 봐야 했다. 떠나고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 떠나야 했고 그곳을 내 눈에 담으려 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앞만 봤고 그 순간에 있었다. 매일이 신났고 다채로웠다.





그때부터였을까 내 삶이 조금씩 넓어지고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이 세상은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곳만이 내 세상이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행복함이 무엇인지 그때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내가 당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진정으로 그 순간을 즐겼다. 평생 그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고 둘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매일이 새로웠고 매주 기대되는 삶을 살았다. 나의 삶에 에너지가 넘쳤다. 여행을 한다는 생각만으로 일주일이 행복했고 많은 힘든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과 겁도 없었다. 하면 되고 가면 되고 보면 되었다. 나를 믿었고 무언가 잘못될 거라는 의심은 일절 없었다. 그저 자유롭고 무모함만 있던 과거의 나였다.




그런 내가 과거에 있었다. 사진첩을 들여다보니 그때의 나는 너무나 반짝였고 싱그러워 보였다. 지금은 나는 아직도 반짝이고 싱그럽지만 그때만큼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는 자유롭고 무모했던 나를 지나 안정적이고 위험부담이 적은 선택을 하는 내가 되어간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나에 대한 의심도 생겼다. 많은 경험을 하다 보니 조금은 무모해도 될 일에 생각을 하게 된다. 실패하고 싶지 않아 도전을 망설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겪어야 하는 일이겠지만 문득 과거의 무모했던 내가 그립다. 열정 가득하고 용기 있고 무모했던 과거의 나.




그런 나를 만나고 싶어 여행에 대한 열망이 생긴다. 과거의 자유롭고 무엇이든 해내려 달려들던 나를 다시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여행이 가고 싶다. 지난날의 나를 다시 되찾고 싶어서. 떠나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가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