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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Mar 15. 2024

런던 월세방 구하기(2): 런던의 집세는 얼마나 할까?

월급의 반은 월세로 내는 런던 직장인들

런던에 처음 오게됐을 때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를 들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듣다 보니 직접 부딪혀서 경험해보기 전까지 그 정보들이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런더너가 방 구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된 글을 찾기 어려웠던 터라, 훗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1. 살인적인 런던의 월세 - 한국 부동산은 아직 싸다


일단 런던의 월세는 비싸다. 정말 많이 비싸다. 수십 곳의 집, 방들을 돌아다녀본 결과 시내에서 웬만한 괜찮은 방(집 전체가 아니라 방 한칸이다!)을 구하려면 지역차는 있지만 2024년 3월 현재 1존 기준으로 적어도 한달 월세를 1,200~1,600파운드 정도(원화로 220~270만원 정도)는 내야 하는 것 같다(여기서 더 예산을 초과한다면 차라리 침대1개가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보는게 나은것 같다).


보증금은 보통 4주~6주치 월세를 요구한다. 물론 더 싸게 나오는 방들도 있다. 하지만 뷰잉(집 구하러 다니는 것을 말함)을 정말 많이 해보고나니 더 싸게 나온 방은 내 기준에서는 살면서 좀 스트레스를 받겠다 싶었다(방값이 싼 경우 건물이 지저분하다던가, 너무 좁다던가 하는 마음에 걸리는 이슈들이 꼭 있었다). 그래서 런던의 직장인들은 월급의 반은 월세로 내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나도 처음엔 스튜디오(한국의 원룸 오피스텔과 비슷한 형태) 정도는 구하고 싶었다. 사람들과 섞여서 살기에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누군가와 화장실을 공유하기에는 남편이 늘 말하는 것처럼 내가 약간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나는 공중화장실을 몹시나 싫어해서 가급적 집 화장실을 가려고 참는 버릇이 있을만큼 화장실을 예민하게 가린다.


그래서 결국 그 중간의 합의점을 본 것이 En Suite room, 즉 화장실이 딸린 작은 방을 얻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학연수 한번 못가봤는데 혼자 지내는것 보다는 하우스메이트들과 부딪혀가며 지내는게 오히려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적응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돈 없어서라고 하면 너무 슬프니까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본다).


하지만 아무리 화장실이 딸린 방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방 한칸이고, 주방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1,500파운드쯤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각종 공과금 등 포함 기준), 한국에서 이 돈이면 교통 좋고 요즘 뜨는 동네에서 적어도 방 2개짜리 아파트 살(living)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바로 뒤따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런던에서 여러 사람이 한 집을 공유해서 사는(living) 것은 너무도 흔한 풍경이다. 런던에서 수많은 집들을 돌아다녀보니 한국 부동산이 아직은 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런던보다 문화생활은 덜 누리더라도 훨씬 편리한 서울이다. 집을 보러다니는 동안 만난 어느 집주인 왈, 런던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데, 런던의 땅과 집은 한정되어 있다보니 집값이 계속 뛴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모든 도시들에게 일어난 일이야. 곧 서울도 런던처럼 될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소름이 돋으면서 어떻게든 내집 마련을 서둘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의 집들은 대부분 오래되어 낡았고, 한국의 아파트들처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도 않고, 심지어 아직도 대부분의 집이 도어락이 아닌 열쇠를 사용할 정도로 아날로그의 극치다(사실 내가 다녀본 집은 100퍼센트 그랬다. 지금도 매일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매우 불편하고 때로는 이게 정말 21세기가 맞나 싶다).


이건 도대체 왜 그런건지 나중에 따로 알아보고 싶기도 한데, 옆집과 벽이 완전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옆집 소리가 엄청 잘 들릴 정도로 방음도 잘 안된다. 한번은 옆방 부부가 왜이렇게 일요일 아침부터 청소기를 돌리나 싶어서 나가보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옆집에서 청소기를 돌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적도 있었다.


난방은 한국처럼 바닥을 덥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방 옆 한켠에 붙어있는 라디에이터에 의존하는게 전부인데, 겨울에 추울 때에는 아무리 최대로 난방을 돌려도 따뜻한 느낌이 안든다. 그래서 난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장판 3개를 3월 현재까지도 쓰고 있다(런던, 너는 대체 언제까지 추울거니?).


그러니 교통 편하고, 편의시설 다 갖춰져 있고, 지은지 얼마 안돼서 삐까뻔쩍한(아니, 지은지 꽤 된 구축이라도 보통은 많아야 30년 연한 정도니 런던에 비하면 엄청나게 새 건물인), 거기다 겨울에도 반팔 반바지 입고 생활할 수 있는 한국 아파트는 아직 많이 싸다는 생각이 여기에 살면 살수록 들고 있다.


2. 서울에 살 것인가 경기도에 살 것인가


런던의 지역 구분은 조금 생소하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동작구, 마포구 등으로 구획을 나누고 있는 것과는 달리, 런던에서는 존(Zone)이라는 개념으로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런던의 가장 중심이 되는 작은 원이 1존(Central London)이며, 이를 기준으로 그 다음 바깥쪽 원을 2존, 그 다음 바깥은 3존 등으로 나누어서 9존까지 구분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숫자가 커질수록 런던의 중심에서 멀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단순히 1존이라고 무조건 다 살기 좋은 동네, 6존이라고 해서 살기 안좋은 동네인 것은 아니다. 1존이든 6존이든 살기 좋은(치안 좋고 주거지역이 형성되어 있는) 곳과 살기에 좀 팍팍한 곳들이 뒤섞여 존재한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기도 하기에, 집을 알아볼 때는 반드시 직접 뷰잉을 가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런던 중심가일수록 집세가 더 비싸고, 멀리 갈수록 집세가 싸진다. 만약 멀리 가게되면 Tube나 기차를 타고 통근을 해야 하는데, 장거리를 갈수록 비싸지는 런던의 교통비도 만만치 않기에 집을 구할 때 집세와 교통비를 합쳐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런던은 하이브리드 근무(주3회 출근, 주2회 재택근무)가 일반적이어서 4존쯤에 있는 평화롭고 안전한 주거지역(regidential area)에 살면서 출퇴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기는 하다.


이런 고민은 한국에서 서울에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서울에 살 것인가, 경기도에 살 것인가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물론 한국은 교통비가 싼 편이라서(2존쯤만 살아도 하루에 Tube 비용으로 2만원이 너끈히 깨질 수 있는 런던에 비하면 정말 정말 싸다) 몸테크도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경기도민이었던 나는 출근시간에 지하철에서 이미 하루에 쓸 전력의 90퍼센트쯤 쓰는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서른한살 이후로는 거주지를 정할 때 항상 제1원칙으로 삼는 사항이 직주근접이다. 내 체력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긴 통근시간을 버티자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에 와서도 이를 제일 우선 고려사항으로 삼았다. 하지만 런던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스튜디오를 구하자니 이건 도무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그렇다고 먼곳에 살면서 교통비를 쓰느니 차라리 그 돈을 월세에 보태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었고, 결국 시내(1존)에서 방을 알아보기로 했다.


다만 런던에서는 경기도에 해당하는 4존쯤에서 통근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하철이 한국만큼 꽉 차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기도민들이 서울 퇴근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한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런던에서 종종 지하철 앱이나 구글맵에 Tube가 "매우 붐빈다"고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서 이정도면 적당히 사람이 찬 정도일 뿐이라서 지하철 타고다닐만 했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런던 사람들이 출퇴근길 9호선 열차를 한번 타봐야 "아, 이런게 진정 지하철이 붐빈다고 하는거구나" 깨달을텐데.


런던 Zone Map (출처: Reddit)


3. 강남에 살 것인가 강북에 살 것인가


런던의 지역 구분은 존(Zone)이 전부가 아니다. 지리상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나눠서 부르기도 한다. North, South도 있지만 East London(동쪽)과 West London(서쪽)으로 주로 구분을 한다. 그리고 West London에 소위 부자동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쯤 되는 동네가 모여있다. East London은 치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가난한 동네가 많다는 인식이 있다.


카나리워프에 뷰잉 갔다가 발견한 지바겐


그런데 이것도 또한 단순히 East는 다 못살고 West는 다 잘산다고 단정할 수 없다. East에도 Canary Wharf와 같은, Banker나 IB 다니는 고소득층이 많이 살아서 뜨는 동네가 있고,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성수동 같은 힙한 동네들이 East London에 많이 생겨서 집값이 오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도 West London은 전통적으로 잘사는 동네가 모여있다. 실제로 West London에 가보면 Tube에서 내려서 몇걸음 걷자마자 "아 잘사는 동네구나"라는 느낌이 피부로 느껴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특히 여자들은 더더욱 본능적으로 내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동네를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나도 Baker Street에 가봤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인증샷


셜록홈즈의 무대로 유명한 Baker street, 메릴본, 첼시, 메이페어, 켄싱턴 등은 전통적인 부촌으로 리젠트파크와 하이드파크와 같은 공원들이 지척에 있고 모두 1존에 위치해 교통도 좋다. 동네에 가보면 집들도 너무 예쁘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고 흔히 상상하는 그 런던의 모습이다. 그리고 집 앞에 쭉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어김없이 비싼 차들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냥 "여기 살아야 돼! 살고싶어!" 이런 생각이 걸어다니는 내내 계속 드는 동네다.


다만 그만큼 집세도 비싸고, 물가도 무지하게 비싸다. 영국의 마트도 "급"이 나뉘는데 이런 잘사는 동네에는 앤스펜서 같은 고급화되고 비싼 마트들이 주로 자리하고 있어서, 아스다나 리들 같은 서민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에 비해 생활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좋은 동네들의 집세는, 침대 1개짜리 플랫을 구하려면 적어도 2,000파운드 이상은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방 한칸은 그보다 조금 싼 가격(1,700~1,800파운드)에도 구할 수 있긴 했다. 그래도 그 집들로 정하지 않은 이유들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막 찍어도 예쁜 West London의 어느 집 앞


집을 구하고 나서 런던에 사는 영국인 튜터에게 "나 Baker Street이랑 메릴본, 첼시 쪽도 집 보러 다녔었어"라고 했더니, "OO야, 네가 억만장자는 아니잖니?"라며 정색을 했다. 그래, 그래서 그냥 둘러보기만 하고 East London에 자리잡았다구.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팩트폭행을 해야 속이 시원했니?


4. 치안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동네들


런던을 좀 아는 한국인들이 절대 가지 말라고 하는 동네들이 있다. 나는 사실 그걸 나중에야 알게 되어서, 그 가지말라는 동네들에도 열심히 뷰잉을 다녔다. 그런데 꼭 "그 동네 치안 안좋으니까 가지 마"라는 말을 누가 안해줘도, 가는길 버스나 Tube에서, 그리고 거리를 걸어다니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별로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실제로 받은 동네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동네들 중에 어떤 곳들은 그렇게 치안이 위험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Shoreditch 같은 경우 원래 우범지대로 유명했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힙한 가게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뜨는 동네다. 실제로 몇번이나 Shoreditch 거리에 가보았는데, 복장이 좀 양아치스러운(?) 친구들이 보이기는 해도 위험하다는 느낌이 그리 들지는 않았었다. 게다가 회사 사람들이 누가 Shoreditch에 집을 몇년전에 사놓았다가 대박이 났다면서 수근거리는 얘길 듣기도 했다(역시 직장인들 부동산에 민감한 것은 영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런던에 가기 전에 Hackney 라는 곳은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 가급적 가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남편이 런던에 잠깐 있는 동안 어쩌다 남편 손에 이끌려 뭣도 모르고 한밤중에 가게 되었었다. 이 동네도 요즘 뜨고 있고, 예전만큼 우범지역이라는 이미지는 아니라고 하는데, 실제로 밤에 가봤을 때는 혼자 왔었다면 좀 무서웠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처음 런던에 와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Elephant & Castle에서 주로 집을 구하러 다녔었는데, 어떤 골목은 대놓고 weed 냄새가 심하게 나서 뷰잉을 하면서도 "여기는 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재밌기도 해서 왠지 친근감부터 들었던 동네였는데, 나중에서야 한국인들이 살지 말라고 하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런던은 전반적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 동네들도 생각보다는 안전한 것 같다. 치안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동네들에서도 많은 한국인들이 안전하게 잘 살고 있는걸 보면, 어차피 다 사람 사는 동네니까 너무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사견으로는 나처럼 여자 혼자 생활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가급적 안전한 동네를 고르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적어도 집은 편하고 가장 안심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니 말이다.


<자세한 뷰잉 에피소드가 3편에서 이어집니다.>


런던 월세방 구하기(1): 원하는 매물 찾는 방법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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