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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Sep 04. 2024

내가 늦깎이 엄마가 될수 있을까

사십대 초산에 도전하다

나는 이십대부터 쭉, 정말 오래 전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가 되고 싶은 소망만큼은, 남들이 다 하는 일이라서 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나에게는 정말 꼭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이었던 것 같다. 


스무살 이후로 학업을 유지하는 동안 늘 적어도 3개 이상의 과외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많은 가정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 특히 딸들이 많은 가정들이 유독 화목해 보였다. 그때부터 늘 아이가 넷 정도 되면 참 이상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좌절, 그리고 또다른 좌절을 거듭하면서 목표했던 일들이, 그리고 목표했던 인생의 실현이 점점 멀어지기만 했다. 삼십대 중반까지도 결혼을 생각할 수 있을만한 여건을 만들지 못했다. 솔직히 그때까지도 내겐 결혼을 생각할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유예를 반복하는 늦깎이 인생을 살다보니 결혼도, 그리고 당연히 임신도 늦어지게 됐다. 그동안 비슷한 나이 또래 친구들이나 대학 동기들은 중학생 학부모가 되었고, 심지어 나보다 한참 어린 동생들도 모두 육아를 하느라 바쁘다. 



결혼이라는 관문을 뒤늦게 넘고서 이제는 더이상 사람들한테 결혼 언제 하냐는 물음을 듣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래서, 아이는 언제 낳을거야? 낳을 생각은 있어?" 하는 질문을 한다. 그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당연히, ASAP이지."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낳고 싶기 때문이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가임기는 특정 나이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시기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고령임신이라는 딱지를 피할 수 없는 나이를 훌쩍 넘어버렸고, 의학적으로 임신 가능성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난임병원을 알아보았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자연임신을 시도하기보다 바로 의술의 도움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가진 분들이 꽤 많다보니, 다행히 병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난임병원을 알아보고, 임신 관련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임신을 원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다는 것에 놀랐다.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뉴스들과는 상반되게도, 난임병원은 예약 후 적어도 몇달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임신가능성을 높여주는 한약으로 유명한 한의원들은 병원 오픈 전날밤부터 날밤을 새가며 줄을 서는 남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난임까페에 가입하여 이미 난임 진료를 시작한 사람들의 후기들을 읽고 나니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구나 싶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더더욱 커졌다. 이제까지 산전검사는 물론, 산부인과에서 제대로 된 검사 한번 받아본 적이 없어서 더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 내 건강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 내 몸을 아끼기보다는 혹사(?)를 시키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학업을 계속하는 동안 낮에 학교를 다니며 밤 그리고 주말에는 일을 했고, 일을 하는 동안엔 밤과 주말에 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시험준비를 하거나 야근을 하는등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며 몸을 잘 관리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유예 인생을 살며 받은 스트레스도 몸에 영향을 꽤 주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 몸 상태에 대한 염려가 많았다. 


마음이 무척 조급해진 채로 난임치료로 유명한 한 병원에 예약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병원이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렇게 세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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