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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Nov 07. 2024

여전히 쉽지 않은

직장인의 수험기 Day 4

열공모드로 돌입한지 겨우 몇주가 지났을 뿐인데, 몸이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일단 요즘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남편의 아침밥을 차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남편이 아침을 챙겨주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아침엔 피곤에 찌들어 겨우 출근을 하고, 회사에선 그나마 긴장모드로 하루 종일 지내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면서 회사모드가 꺼지면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 기운을 어떻게라도 회복시켜보겠다고 저녁을 많이 먹게 되고, 그러면 소화기관이 열심히 일하느라 다시 몸의 에너지가 금방 빠져나가는 악순환이다. 


잡생각도 많아졌다. 이건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런 것도 크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탓도 있다. 너무 몰입하거나 감정을 싣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을 해보아도, 그 상황이 되면 또다시 나는 잔뜩 몰입해있다. 자꾸만 삐죽삐죽 감정이 올라오는 걸 누르고 누르다가 집에 돌아오면, 한발짝 물러서서 보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이 부끄럽고 괴로워 미칠것만 같다. 그냥 무던하게 흘려보내면 될것을 뭐 그렇게 지나치게 몰입하는건지,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해도 될 일들에 너무 날을 잔뜩 세운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들.


그런데 오늘 집에 와서 고흐와 고갱이 서로 날을 세우고 싸웠던 에피소드 한구절을 읽고 나니, 묘하게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나의 인격적 결함들, 쉽게 무너지는 모습에 괴로웠던 요즘이었는데, 부족하고 불완전해도 괜찮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물론 고흐와 고갱은 후대에 길이 남을 문화유산들을 만들어낼 정도로 본업을 엄청나게 잘했던 사람들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그런 그들도 나처럼 번뇌와 고민에 휩싸여 수많은 젊은 날들을 보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큰 위안이 된다. 


지난주와 이번주, 합격자 발표가 몰려있다보니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식들이 있었다.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을 보면 나도 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정말 합격할 것 같았던 사람의 불합격 소식을 들으면 내 마음도 크게 흔들렸다. 게다가 최근에 합격수기들을 읽으면서 지금보다는 훨씬 더 노력해야겠구나, 그리고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여전히 쉽지 않지만, 결국 내 스스로 선택한 이 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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