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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C Aug 03. 2020

비운의 연쇄살인마 아일린 워노스 01.

프롤로그

제목 사진 출처: 미상(찾는 대로 수정하겠습니다)




 '연쇄 살인마' 하면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은 무엇이 있을까. 잔인함과 잔혹함, 분노, 혐오, 비판, 사람도 아니다 등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혹은 호기심이거나. 반면에 연민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내 경우에는 두 번째였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왜 그랬을지에 대한 호기심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일린 워노스에 대한 호기심이 연민으로 변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이렇게 펜을 잡았다. 넋두리랄까 개똥철학이랄까. 사실 서론에서 언급해도 되는 부분일 수 있지만 자칫 논점을 벗어날 가능성이 보여서 시작하기에 앞서 이렇게 프롤로그로 다루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죄라고 하면 이제부터 내가 다루고자 할 범죄자처럼 살인과 같은 큰 죄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우리는 항상 죄를 짓고 산다. 크든 작든 그것이 죄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거짓말이든 도둑질이든 살인이든. 물론 정도의 차이는 당연히 있으리라. 사전에서 죄의 정의를 찾아보면 1)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 2) 잘못이나 허물로 인하여 벌을 받을만한 일, 3)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계명을 거역하고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는 인간의 행위라고 나온다(출처: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종교적인 부분을 다루려는 것은 아니니까 3번은 언급하지 않겠다. 법에 걸리지는 않아도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 아니면 그런 멋들어진 말로 감싸지 않아도 우리는 살면서 잘못하는 일이 많다. 1,2번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다 죄를 짓는다고 할 수 있다. 뭐라도 되는 양 누구를 비판하거나 질타하려는 것도 아니요, 나 잘났다고 거만 떨고 위선 떨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모두 잘못을 한다는 것이다. 그걸 '죄'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말하면 왠지 내 잘못이 굉장히 묵직하고 커지는 것만 같다. 아마 다들 그러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사람을 싫어했다. 사실 좋아했지만 상처 받기 싫어서 그렇게 나를 포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편이 뭔가 더 멋져 보이니까. 한번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이 사람 저 사람 다 마뜩잖았다. 누구는 이래서 싫고 누구는 저래서 싫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러나 내 얘기를 듣게 된다면 왜 이런 못된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잘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가. '나는 마음속으로 죄를 짓고 있었다'라고. 그렇다고 나를 너무 못돼 먹은 인간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주길 바란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막말로 나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데 누가 누굴 뭐라 했나 싶기도 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는 자신에게는 인자하고 타인에겐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일이 상당히 많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자기가 잘못해 놓고서 남 탓하는 적반하장의 '표본적 견본의 샘플'들이 도처에 널렸다. 그냥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내 일이나 잘하자고 마음먹어도 은근슬쩍 빈정 상하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잘했네 네가 잘못했네 난리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허물을 감추려고 남의 잘못을 들춰내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원망할 대상을 찾을지도.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그래 놓고 뒤돌아서면 후회하고 미안해한다. 바로 사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존심에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때는 이런 우리의 연약함이 안쓰럽고 가련하다. 그렇게 보면 사람을 미워할 생각이 사라진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랬을까 하는 애정 어린(혹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한)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저 명언을 한 사람도 이런 생각을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설이 조금 길었다. 다시 돌아가서, 이 여정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마음 한편에 심어 두고 실행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던(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내가 '사람이 아닌 맥락을 보고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첫 번째 여정이다. 게다가 이제부터 보여줄 것은 내가 움직임 분석가 자격 논문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니 여러 가지 의미로 내 인생에서 가히 기념비적이라고 할 이 녀석을 첫 단추로 삼기로 했다. 최대한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가려고 하겠지만 불가피하게 전문용어를 어느 정도 써야 할 것 같다. 그런 경우에는 대략적인 설명이라도 넣도록 하겠다. 한편으로는 맛보기 정도로라도 LMA 분석이 이런 거구나, 했으면 해서 겸사겸사. 


 죄에 대해서 뭔가 철학적인 담론을 펼친다거나 뭐 그런 거창하고 어려운 건 애초에 할 재간은 나에겐 없다. 그저 한 사람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삶의 작은 편린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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