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과 신전, 그 이상의 디테일
이제 해부학적 면의 구조를 알았다면, 그 안에서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야 한다. 시상면 안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움직임은 ‘굴곡'과 '신전'이다. 언뜻 보면 어렵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한 이 말속에는 관절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움직임들과, 실제 수업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보상 동작들이 숨어 있다.
<시상면 복습>
1. 몸을 좌우로 나누는 가상의 면
2. 움직임은 전두축(좌우축)을 기준으로 회전
3. 움직임을 관찰하려면 반드시 '옆에서' 봐야 한다.
시상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굴곡/굽힘(Flexion), 신전/폄(Extension), 과신전(Hyperextension, 신용어 없음), 배측굴곡/발등 쪽 굽힘(Dorsi Flexion), 저 측굴곡/발바닥 쪽 굽힘(Plantar Flexion) 총 다섯 가지이다. 각 관절에서 어떤 시상면의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보기 전에 각 용어의 정의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 시상면 주요 움직임 용어 정리>
**굴곡/굽힘(Flexion)**
- 두 뼈 사이의 각도가 줄어드는 움직임
예: 팔을 구부리거나 몸을 앞으로 숙일 때
**신전/폄 (Extension)**
- 굽혀진 관절이 펴지며 각도가 증가하는 움직임
예: 팔을 펴거나 척추를 세우는 동작
**과신전 (Hyperextension, 신용어 없음)**
- 해부학적 자세(0도 기준)에서 정상 범위를 넘어 뒤로 더 펴지는 상태
예: 팔꿈치나 무릎이 뒤로 꺾이는 경우(흔히 말하는 백니 back knee). 기능적으로는 불안정성이나 보상 움직임과 연관됨.
**배측굴곡/발등 쪽 굽힘 (Dorsiflexion)**
- 발등이 정강이 쪽으로 당겨지는 움직임
예: 발끝을 들어 올리거나 발레의 플렉스 발 만들기
**저 측굴곡/발바닥 쪽 굽힘 (Plantarflexion)**
- 발끝이 아래로 뻗어 발바닥 쪽으로 내려가는 움직임
예: 까치발 들기나 발레의 포인 발 만들기
이제 각 관절에서 일어나는 시상면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1. 손목(굴곡/굽힘 - Flexion, 신전/폄 - Extension)
- 손바닥을 위로 향한 해부학 자세에서, 손끝을 손바닥 쪽으로 접으면 굴곡, 손등 쪽으로 젖히면 신전이다. 혹은 멀리 있는 사람에게 ‘이리로 와!’ 하듯 손목을 까딱이며 손짓하는 것도 이에 해당하는 움직임이다(다른 움직임은 횡단면과 전두면에서!).
- 컴퓨터를 오래 사용할 때 손목이 과신전된 상태로 고정되기 쉽다.
2. 팔꿈치(굴곡/굽힘 - Flexion, 신전/폄 - Extension)
- 해부학 자세에서 오른쪽 손바닥이 오른쪽 어깨를 향하도록 팔을 구부려보자. 상완(위팔, Arm/Brachium)과 전완(아래팔, Forearm/Antebrachium)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팔꿈치의 각도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굴곡이다. 참고로 일반적으로는 손목까지 다 묶어서 ‘팔 arm’이라고 하지만, 해부학적으로는 ‘어깨부터 팔꿈치까지’의 상완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해부학에서는 팔을 Arm = 상완/위팔(Brachium), Forearm = 전완/아래팔(Antebrachium)로 나눠서 쓴다.
- 다시 팔꿈치의 움직임으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접었던 오른팔을 다시 제자리(몸통 옆)로 돌아오게 해 보자. 이것이 신전이다. 팔꿈치는 이두근과 삼두근의 협응을 볼 수 있는 기본 관절이다.
3. 어깨 (굴곡/굽힘 - Flexion, 신전/폄 - Extension, 과신전 - Hyperextension)
- 팔을 귀 옆으로 들어보자. 이것이 어깨의 굴곡, 들었던 팔을 내리면 신전이다.
- 팔을 위로 드는 것이 어깨의 굴곡이라는 것을 의아해하는 분들은 지금 오른쪽 어깨 위에 왼손을 올리고 오른팔을 귀 옆으로 들며 왼손으로 어깨 관절의 움직임을 느껴보자. 보이지는 않지만 왼손의 감각을 통해 어깨 관절의 각도가 줄어드는(어깨 관절이 굽혀지거나 찌그러진다고 생각해도 좋다) 것을 느낄 수 있다. 해부학에서 굴곡의 정의를 다시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두 뼈 사이의 각도가 줄어드는 움직임!"
그러면 또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어깨 굴곡은 팔과 목이 가까워지는 걸까?”
=> 정답은 No!
어깨 굴곡 시, 상완골과 몸통 앞쪽(흉골/복장뼈-Sternum 또는 흉쇄관절/복장빗장관절-Sternoclavicular Joint; SCJ 포함)이 가까워진다는 개념이 정확하다. 즉, 상완골과 흉골 or 상부 몸통(쇄골/빗장뼈-Clavicle, 흉곽/가슴우리-Thoracic Cage)이 핵심이지, 상완골과 경추/목뼈(Cervical Vertebrea)가 직접적으로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어깨 굴곡/굽힘(Flexion of the Shoulder)의 해부학적 정의>
1) 움직임: 상완골/위팔뼈(Humerus)가 시상면(Saggital Plane)에서 앞으로(전방) + 위로 들어 올려지는 동작
2) 축: 전두축/좌우축(Frontal Axis)
3) 기준: 해부학적 자세에서 0도 귀 옆 180도까지 굴곡 가능
4) 관절: 견관절/어깨관절(Shoulder Joint, Glenohumeral Joint; GHJ) = 상완골/위팔뼈(Humerus) + 견갑골/어깨뼈(Scapular - 주로 관절와/접시오목-Glenoid Fossa/Glenoid Cavity)
- 팔을 몸통보다 뒤로 넘기면 과신전이다. 40-45도가 보상(예: 팔을 위로 들 때 허리가 꺾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척추 과신전 보상이다)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정상 신전 범위이다. 참고로 팔의 외전/벌림(Abduction)과 비교하면 외전도 180도 가능하지만 관절 축이 다르다(이마면에서!). 과신전이 정상 가동범위보다 더 나온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인대/힘줄띠(Ligament)와 같은 관절을 감싸고 있는 주변 조직들이 헐겁다’는 뜻이고 이는 결국 부상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대는 움직임의 범위를 제한하여 과도한 움직임을 막아주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다.
<또 다른 예: 시티드 로우(Seated Row) 동작 중 흔한 오류>
-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시티드 로우를 수행할 때, 숙련자들은 당기는 동작에서 팔이 몸통보다 뒤로 빠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하지만 초보자,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팔꿈치가 몸통 뒤로 과도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신전 패턴은 "상완골의 전방 활주(Anterior Glide of the Humerus)"를 유도하여 어깨 앞쪽 통증이나, 장기적으로 관절 전방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 결국 운동은, 몸의 감각을 잘 살피고 욕심내지 않으며, 지금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씩 과부하를 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래야 부상을 줄이고, 꾸준히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
4. 고관절(굴곡/굽힘 - Flexion, 신전/폄 - Extension, 과신전 - Hyperextension)
- 해부학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무릎을 편 채로 앞으로 들어보자. 이때 고관절의 각도가 좁아지며 굴곡이 일어난다. 이 각도는 80-90도가 정상 범위이다. 들었던 다리를 내리면 고관절의 각도가 커지면서 신전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다시 해부학 자세에서 무릎을 가슴 쪽을 향해 들어보다. 아까 무릎을 펴고 들었을 때보다 고관절에서 굴곡이 더 많이(각도가 더 좁아진다)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30도까지가 최대 정상 범위이다. 무릎 굴곡의 유무가 이처럼 고관절의 굴곡 각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햄스트링(소위 말하는 뒷벅지) 때문이다. 무릎을 편 상태에서 다리를 앞으로 들면 햄스트링의 장력 때문에 다리를 올리는 데에 제한이 생긴다. 반면에 무릎을 굽히면 햄스트링의 개입이 없어지기 때문에 다리를 더 높이 들 수 있는 것이(햄스트링에 관한 것은 근육 편에서!).
- 이번엔 다리를 뒤로 넘겨보자. 허리의 보상(허리가 뒤집어지듯 꺾이는 것)이 없이 가능한 정상 범위는 평균 20도 정도이다(여자는 조금 더 나온다). 이러한 움직임은 고관절의 과신전이다. 앞서 어깨에서 '정상 가동범위보다 더 나 온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근력 운동 관점에서 쓰는(평가 관점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 과신전 운동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고관절 과신전(Hyperextension)의 잘못된 예>
- 덩키킥 동작을 생각해 보자. 직접 해 봐도 좋다. 한쪽 다리를 차올리는 과정에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손목에 걸리는 부하가 심하거나 허리가 확 꺾이는 보상이 일어나기 쉽다. 덩키킥이 힙 운동의 클래식이긴 하지만, 이젠 그것보다 더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운동이 많은데 굳이 해야 하나 싶다.
- 덩키킥을 대체할 수 있는 동작으로는 서서하는 밴드 힙 익스텐션, 브릿지, 힙 쓰러스트, 사이드 라잉 힙 익스텐션 등이 있다. 이처럼 브릿지 계열이 특히 좋은 이유는 1) 지면 지지 상태이기 때문에 중력 방향과 힘의 벡터가 잘 맞고(관련 사항은 해부학 강사의 생체역학 노트에서!) 2) 코어 활성화 + 힙 신전 자극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며 3) 운동 지도자 입장에서 척추 중립 유지를 지도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 즉, 척추 중립을 유지하며 고관절만 신전하는 패턴으로 바꾸면 손목 부담 없이도 엉덩이 운동이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브릿지 계열은 지도자와 수강자 모두에게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힙운동 패턴이 될 수 있다.
5. 무릎(굴곡/굽힘 - Flexion, 신전/폄 - Extension)
- 무릎의 움직임은 구조적으로 단순하다. 다리를 접으면 굴곡, 펴면 신전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서있는 상태에서는 무릎만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내회전과 외회전). 서 있는 상태로 무릎만 돌리려고 해 보자. 고관절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의자에 앉아서 무릎을 회전시켜 보자. 가능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온전히 무릎에서만 일어나는 회전은 아주 미약하다. 약 5도 정도 나온다.
- 무릎은 회전이 과하면 손상되기 무척 쉬운 부위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관절이다. 다시 말해 무릎은 큰 움직임보다는 안정된 정렬과 근육의 지지가 핵심인 관절이다. 움직이기보다는 지켜줘야 할 관절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5도보다 더 나온다면 사실 이것 또한 고관절에서 일어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회전하는 것처럼 느끼는 대부분의 움직임은 실제로는 고관절이 회전하고 있는 것이다(자세한 것은 횡단면 편에서!).
6. 척추(굴곡/굽힘 - Flexion, 신전/폄 - Extension, 과신전 - Hyperextension)
- 인사하듯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굴곡(필라테스의 롤다운 Roll Down), 다시 일어서면 신전이다. 필라테스의 스완 Swan 동작은 대표적인 척추 신전 동작이다. 몸통(Torso)과 척추는 세트이기 때문에 척추 굴곡은 결국 몸통 굴곡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번에는 허리를 뒤로 꺾으며 기지개를 켜듯 하늘을 바라보자. 상체를 뒤로 넘기는 동작은 허리의 과신전이다. 일반적으로 30도 정도가 나와야 정상 범위로 본다. 만약에 상체를 뒤로 못 넘긴다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상체를 뒤로 못 넘기는 이유>
1. 복근이 신장성(추후에 다룰 예정)으로 잡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거나(약하거나)
2. 허리가 안 좋거나
-> 결국, 이는 단순히 유연성 문제가 아니라 '코어의 기능이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코어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어떤 신전도 불안한 과신전이 된다. 특히나 허리의 과신전은 직접적인 허리 통증을 만드니까 주의해야 한다.
7. 목(굴곡/굽힘 - Flexion, 신전/폄 - Extension, 과신전 - Hyperextension)
- 이것도 상당히 단순하다. 고개를 숙이면 굴곡, 다시 제자리로 들면 신전이다. 고개를 뒤로 꺾어 천장을 바라보면 과신전이 된다. 천장을 바라볼 수 있어야 정상 범위에 해당한다. 머리와 목은 세트라는 것도 알아두자. 그러나 목도 결국 척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척추를 따라가는 게 좋다.
<데드리프트 동작 중 흔한 오류>
- 데드리프트 동작을 수행할 때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는 것은 목에 걸리는 부하가 엄청나기 때문에 척추의 각도를 따라서 목을 정렬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 반면 요가의 코브라 자세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코브라 자세를 수행 시, 손으로 지면을 받치고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에 목과 허리에 부담이 덜하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 꺾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 목은 가볍고 민감한 구조이므로, 움직임 그 자체보다는 ‘정렬 상태’로서 기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도리도리는? 회전이기 때문에 시상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 아니다. 목의 회전은 횡단면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8. 발목 (배측굴곡/발등 쪽 굽힘-Dorsi Flexion, 저측굴곡/발바닥 쪽 굽힘-)
- 배측굴곡/발등 쪽 굽힘(Dorsi Flexion): 발등이 정강이 쪽으로 끌려 올라가는 움직임으로, 발끝을 들거나 발레에서 흔히 말하는 플렉스가 이에 해당한다.
- 저측굴곡/발바닥 쪽 굽힘(Plantar Flexion): 발바닥 쪽으로 발끝이 뻗는 움직임으로, 까치발을 들거나 발레의 포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 일반적으로 저측굴곡이 훨씬 더 잘 된다. 배측굴곡은 20도, 저측굴곡은 50도 정도 나온다.
- 위의 두 움직임 모두 발목 관절에서 시상면 Saggital Plane(좌우축/전두축 Frontal Axis)을 기준으로 일어나는 굴곡/신전 방향의 움직임이다. 발목의 또 다른 움직임은 이마면 편에서 다루겠다(발목을 잘 삐는 사람들 얘기도!)
꿀팁 하나!
해부학적 자세는 신전 상태이다!
<자주 일어나는 오해와 보상 동작 정리>
1. 팔을 위로 들었을 때 어깨 굴곡이 아닌 외전으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2. 시티드 로우에서 팔을 너무 뒤로 당기면 어깨 과신전 + 상완골두 전방 활주 발생 가능
3. 롤다운을 할 때 척추 굴곡 대신 고관절만 접는 보상 동작이 자주 나타난다.
<필라테스에서의 시상면 움직임 예시>
- 롤다운: 척추 굴곡/굽힘(Flexion)
- 롤업: 복부 코어를 이용한 굴곡/굽힘(Flexion)
- 힙힌지: 고관절 신전과 굴곡/굽힘(Flexion) 조절
- 브릿지: 척추 굴곡/굽힘(Flexion)과 신전/폄(Extension) 흐름
- 스완 프렙: 척추 신전/폄(Extension)
시상면은 단순히 굴곡과 신전이 일어나는 면이 아니다. 어떤 관절에서 어떤 움직임이, 어떤 보상을 유발하며 나타나는지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움직임을 보는 눈'이 생긴다. 시상면을 안다는 건, 단지 ‘앞으로 숙이고 펴는’ 움직임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관절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듣는 일’이다.
다음 편은 횡단면의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