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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Jun 19. 2024

말하기에는 불경합니다.

집에서 조용히 있는 이유

일 년에 몇 번

가끔 부모님 댁에 가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회색 단조로운 제 집에 비해

과하게 화사한 노란 꽃들과

각종 조형물들이 구석구석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이쁘기 때문에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해바라기는 재물운을

거북이는 건강과 장수를

고양이는 행운을 부른다며 고심하여 애지중지 가져다 놓으신 물건들입니다.


물론 생활양식도 마찬가지인데

신발은 정갈하게 두어야 하고

여기는 화분을 놓고

이렇게 가구를 배치해야 집의 운이 통한다며

제게도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당연히 저 같은 자식에게는 통할 리가 없습니다.

미신에, 상술에, 마치 조선시대 같다는 마음이 먼저 듭니다.

그럼에도 "또 저런 이상한 걸!" 입술이 들썩이는 걸 참아봅니다.

나이가 들고서야 늘어난 자제력입니다.


사실 어릴 적에는 아주 핀잔하듯 대놓고 말한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랬다고 해서 부모님이 변하시지 않으셨지만

저는 변했습니다.

핀잔을 작은 한숨과 맞바꾸고 퉁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아니 더나아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며 거들기도 합니다.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마음인 것이지요.


또한 제가 이런 풍수지리(?)를 용인하게 된 것은

어머니가 정성스레 해놓은 그 물건이

어머니의 행복을 지키는 물건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본인이 행복하다고 인지해야 행복하다고 하는데

우리 어머니는 행복을 지켜주는 물건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소유는 

행복을 바라는 행위 자체인 것이고

행복을 바라는 행위 자체를 깨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경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모르는 것이 넘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한 권짜리 책으로 보던 세상과

세 권의 책으로 보는 관점의 차이를 느낍니다.

이제는 무엇이든 함부로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다만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남의 행복을 갉아먹는다는 사실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맞다고 해주어야 행복해진다는 것은 불편함입니다.


그럼에도 세상엔 함구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무엇을 위해 함구하냐고 하면

공허하지만 행복을 위해 함구한다고 말하겠습니다.


물론 그 행복은 저의 행복이 아닌, 행복이라 믿는 사람의 행복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의 행복이 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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