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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Jun 24. 2024

행복한 게 다가 아니라고요

왜 다가 아닌데요?

대체 '잘 살았다'가 무엇인가요? 

저는 애초에 내세가 없고, 초월적인 존재가 없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는 적어도 '살아볼 만한 인생'이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결론 내리기에는 본인의 행복이 제일 좋은 기준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는 한 각자 자기 인생을 찾아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하게는 충분히 행복호르몬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요.


그런데 이러한 행복을 잘 고민해 보니

억울도 하고 답답도 하고 이해가 어려운 지점이 생겼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삶들이 있습니다.

평생 본인의 직업과 사회적 소명의식을 밝히며 성장하는 삶과

가난하지만 평생 남들을 위해 봉사하고 공헌하는 삶과

평생 집 밖에 나오지 않으며 게임만 하며 가상세상에 사는 삶과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쳐버려 본인이 왕이라고 생각하는 삶과

수없이 사회 암적인 행동을 하지만 본인은 떳떳하다는 삶.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가 행복했다고 합니다.

남들은 뭐라 하든 간에 본인은 행복하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는 압니다. 

무엇이 추구해야 할 만한 삶인지를요. 

하지만 그것은 현재 사회의 기준인 것이고, 범죄를 제외하면 무엇이 그리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인신공양을 하며 하늘에 기도드리는 제사장도 떳떳했고, 노예를 인간취급 않고 부리며 사치스럽게 살던 귀족들도 당당하게 살아왔으니까요. 또한 어차피 위인전에 이름 남길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남들의 비난정도 받는 것을 제외하면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한 것이 왜 행복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처벌되지 않은 사이코패스, 반사회성종자들에게도 죄책감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죄책감이 있다한들 일반인들의 소소한 인생의 고통을 다 느끼고 사는 것만큼은 느낄까요? 그 쥐꼬리만 한 죄책감 대신 하고 싶은 것을 다하는 자유와 행복을 얻은 것일까요?


또한 행복과 기쁨자체도 의문입니다.

행복과 기쁨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이 우리를 움직인다면, 그것을 인위적인 자극으로 끊임없이 연명하는 것도 당연히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체로 행복한데 왜 금지할까요?

사회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걸까요?


더군다나 사회적으로 추구할만한 것과 본인의 행복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불공평합니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는 범죄자의) 후안무치하지만 호위호식하는 삶과 

청빈하고 청렴하지만 빈궁한 삶은...(차라리 목적이라도 있는 빈궁이면 낫습니다)

결국 누가 평가해 주나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후자에 가깝지만, 누가 존경을 받고 있나요?


무엇을 위해 본인의 행복이 아닌, 그보다 더한 것을 추구해야 하나요?

주변인들에게 잠깐 스쳐가는 이미지가 좋게 남기 위해서?

영원히 남는 우주달력에 우리 이름이라도 박아두기 위해?


그래서 '떳떳함'이라고 적고 싶습니다. 그런데....

'난 이 방식대로 행복한데?' 하면서도 착하게 열심히 사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다르길 바랍니다.  하지만 떳떳함도 지밖에 모르는 병든 사람들 앞에서는 무의미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제일 잘 났고, 당당합니다.

미치지 않은 입장에서(?) 그들은 정말 말도 안 됩니다.

불쌍하면서도 신기합니다.

'그 사람들은 예외지'

'그 사람들은 예외지'라고 하겠지만, 예외는 늘 세상에 존재합니다. 실제로 우리와 함께 존재합니다.

재벌 2세들을 물질적 예외라고 용인하여 두는 것과, 이런 미친 인간들도 행복관점에서 예외는 뭐가 다를까요?

행복을 기준으로 두었을 때 그들이 먼저 달려와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열불 납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한 잘못된 방식(?)으로 얻은 행복은 짧고, 끝나게 된다라고요. 결국 불행해진다지만, 그전에 그들이 엔도르핀 수치가 높은 시절에 세상을 끝내면요? 그들은 행복만 느끼다 사람일까요? 

짧지만 그렇게 사람과, 길게 힘들게 살다 사람은 무슨 차이일까요? 

또한 예외적이라서 빼야 하나요?


이래서 신이 필요한 걸까요?

이런 고민이 만든 게 최후의 심판일까요?


결국 '본인의 행복'과 별개로 다른 평가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영글지 못한 마음으로는 '막살아도 행복하면 되는 건가?'에 도달하다 싶다가도 뭔가 꺼림칙해서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저렇게 살면 안 되지"하는 다 사라질 사람과 변해버릴 사회의 손가락질이 아닌, 진짜 기준과 결론이 필요합니다. 마음으로 말고, 진짜를 납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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