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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 쏘에 Nov 27. 2020

헤매는 이들에게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2014)

정말 좋았던 영화를 수년 후 다시 보았을 때, 그때만큼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세월이 흘러 내가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내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니 더 좋은 영화도 있다. 보이후드가 그렇다. 영화 속 아이와 그 가족의 삶이 결코 평범하지 않으나 전혀 낯설지 않다.

너만 헤매며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여 위로가 된다.


그녀는 이혼을 했다. 아이들을 키워야 하기에 돈을 벌어야 한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를 더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는 엄마 찬스를 쓰면서.... 이후 교수가 되어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열심히 산다. 하지만 만나는 남자마다 쉣이다. 혹자는 왜 이렇게 남자 보는 눈이 없냐며 비난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들과 그녀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음이 분명하다. 어찌 알 수 있을까. 살아보지 않고.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며 다 떠나고 혼자 남겨진 그녀는 절규한다. 인생에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고....


그는 혼자 산다. 그들의 이혼사가 나오진 않았으나 아마도 그의 경제적 이유일 듯하다.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아이들을 포기한 것 같고.... 떠돌이 생활을 하느라 아이들을 한동안 만나지도 못했다. 이후 정착하여 생활하지만 음악가의 꿈은 포기 못한다.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도 그들에게 안정된 보금자리를 제공할 수도 없다. 그런데 만날 한량일 줄만 알았던 그가 새 가정을 꾸리면서 음악인이기를 포기하고 보험사로 일한다. 가족과 단란하게 살면서....

머리가 희끗해지면서 꿈을 버리고 안정된 삶을 택한 그도 너무 이해가 간다.


그들의 메이슨은 돌멩이로 화살촉을 만들기 위해 선생님의 연필깎이를 망가뜨린 호기심 많은 꼬꼬마였다. 부모가 이혼하여 엄마랑 살면서 자주 이사를 가야 했고, 엄마가 만나는 남자에 의해 가정환경도 휙휙 바뀌었다. 새아빠들만이 아니라 친아빠와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그를 둘러싼 환경이 그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침착하게 말한다. 엄마를 보니 자기처럼 아직도 헤맨다고. 자신이 덜 자라 부족해서 헤매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되어도 헤매는 것을 보면 헤매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다. 참 잘 컸다 이 아이.


메이슨이 대학에 간 첫날, 처음 만난 친구들과 산에 오르면서 대화를 나누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다. 노을이 아름답게 물든 산의 분위기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예쁜 아이들이 OST ‘Deep Blue’와 함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 청년의 앞날이 기대가 되기에....

삶이 혼란스럽고 시련과 절망이 반복되어도 다시 희망을 품고 기대하는 것은 미지의  날들이 있기 때문이 닐까.


모두가 이 인생은 처음이라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좀 헤매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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