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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피네올리브 May 16. 2020

강남손님 제비, 제비집 둥지 틀기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

해년마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 즈음이면, 마당을 가로질러 높다랗게 걸려있는 전깃줄에 강남에서 돌아온 손님, 제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지지배배 "나 돌아왔다~"고 재잘대는데, 안전하고 편안한 최상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끼 까고 잘 키우기  위해서 바둥대는 것은 미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오늘은 강남손님 제비들의 집짓기, 둥지틀기에 대하여 끌적거려 보겠다.  


"삼식아! 공쥬야! 나야 나!" 지지배배~ 강남손님 제비 돌아오다!

2020년 4월 5일, 음력 삼월 열사흗날
'올해는 제비가 올 때가 지났는데 보이지가 않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전깃줄에 앉아있는 제비들~

피루루룽~  두웅!~

"삼식아 삼식아~ 제비 왔다!"
"머시라고! 강남에서 제비가 돌아왔다공?" 나 죽었다"


"몇 달 만에 돌아온 제비가 방갑지도 않다는고냥? 왜 그러눈곤뎅?"
​공쥬의 따져 물음에 온갖 상을 찌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띨띨한 삼식이의 하소연도 한번 들어보자.


"도대체 왜 그러눈뎅? 제비가 집에 들어와서 살면 행운이 온디야"
"행운이고 박씨고 호박씨고 난 시러…"
"왜 그러눈뎅 자자~ 눈깔사탕 1개 하고 빼빼롱 2개 줄게 말해봥"


강남손님 제비에게 제비집짓기, 제비둥지 틀기를 허락하면 생기는 애로사항

1. 허구한 날, 제비 새끼들의  , 배설물을 치워야 한다.

2. 지지배배  울음소리에 시끄러워 게으른 농부, 늦잠을  수가 없다.

3. 제비들이 떠나고 제비집을 제거할  기둥에 얼룩덜룩 남아있는 제비집 둥지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다.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지으면 여기저기 마루며 기둥에 똥을 싸 대고, 둥지 틀 때 떨어진 진흙 찌꺼기 치우는 데에 이골이 난다야~ 공쥬 너 제비똥 치워본 적이 없지비?"
"웅"
"너도 알다시피 난 유명한 늦잠보 삼식이 아니냐? 제비 하고 같이 살면 이 녀석들 한여름엔 아침 5시부터 짹짹~ 아니 지지배배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니깐!"
"그래서 늦잠 자기가 불가능해서 제비 오는 거 싫다? 이거지비?"

"또 있쪙! 녀석들이 가을에 떠나고 난 후 제비집을 허물고 기둥을 청소하려고 암만 용을 써도 잘 안 지워진단 말이야"
"그래서? 멀고 먼 중국 강남에서 산 넘고 바다 건너 집 찾아온 제비, 둥지틀기를 못하게 하겠다궁?"
"흥부는 지비한테 보물박씨라도 받았지만 난 지비똥 밖에 받은 거 없다야. 박씨는 커녕, 지비가 중국 강남에서 코로나 19 같은 문D병이나 물어오면 오또카냥?"
"너 일루왓!"

꽃피네올리브는 지난 수년간 봄이면 봄마다 제비녀석들하고 싸움을 해왔다. 제비는 처마 밑에, 그것도 바로 방문 앞에만 집을 지으려 했었고 
"방문 앞만큼은 절대로 안된데이!" 결사반대를 외쳤던 것인데, 녀석들은 한사코 방문 바로 앞 처마 밑에 집을 짓는 것이었다. 뒤안이나 옆에 지으면 누가 머래낭!!


동이 트기도 전부터~
찌리릭 배배배뱅~ 찌리찌릭 배배배~ 삐루루 삐빼빼빼~ 솰라솰라 솰랄랄라~ 허구한 날 아침잠을 깨우니 게으른 농부 열 받눈 고지비!ㅋㅋ

​어디 그것뿐이냐! 방문을 열고 토지(툇마루)에 걸터앉아 신발을 신을라 치려면 슈아앙~ 어!어!어!
공주 녀석이 봤더라면 "꽃피네올리브님 머리에 제비똥 묻었다넹~ 똥 묻었다넹~~" 하고 동네방네 나팔을 불고 다닐 것이다.


"삼식아! 삼식아! 빅뉴우스~!"
"몬뎅?"
"찌룽찌룽 찌배배뱅 찌지직 찌루루룽 ~ 제비 녀석들이 오늘 아침 꽃피네올리브님 머리에다 똥 싸고 도망갔D야~"
"구우랭? 제비집 뿌셔 삐리자!"
"넌 왜 그리 못 된냥! 제비집 밑에 똥받이를 만들어 주면 될 것을~ 머리 함 써 바랑"
"저 호락말코 같은 녀석들을 오또케 쫓아내삔지징?"


어느 해인가는 페인트칠 공사할 때 쓰는 커버링을 처마 밑에 쳐 두었다. 그랬더니 데모를 한다. 데모를 해! ㅋㅋ

처마 밑에 페이트용 커버링 같은 비닐을 쳐두면 한동안 녀석들은 집을 짓지 못한다. 제비는 튼튼한 기둥 위나 서까래 밑에 집짓기를 좋아한다. 집을 못 짓게 한다고 이리저리 날며 날카로운 소리로 울부짖고 난리를 치지만 꽃피네올리브가 누구냐? 암만 예서 절대로 물러설 수는 없지비!


작년 9월 28일 떠나신 애틋한 어머니께서는 지비똥을 훔쳐내실 때마다 제비들에게 아무 데나 똥 싸놓는다고 혼잣말을 곧잘 하셨다. 제비 하고 집짓기 싸움은 결국은 제비들 승리로 끝난다. 제비들이 이 기둥, 저 기둥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 커버링도 쓸모가 없다.  


제비들은 삼짇날 경에 와서는 4-6월경에 3-5개의 알을 둥지 안에 낳는데 일단은 알을 낳으면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새끼 딸린 짐승은 절대로 해치거나 해코지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 백의민족의 선한 민족성이 아니던가!


"삼식아 거기서 모해?"
"쫌만 기둘레방 공쥬야! 너 오늘 땡잡았닷! 내가 너 제비집 요리해줄게"^^
"그 비싼 제비집 요리를 해 준다공? 네가 제비집 살 돈이를 오디서 났는뎅?"
"돈이가 오딨엉? 이가 읍씀 잇몸이 아니겠슴? 하하 작년에 떠난 제비집 하나 뿌샤서 너 맛있는 제비집요리 해줄꼬얌"
"머시라공! 넌 좀 맞아야 돼!"

"그 제비집이 고 제비집이 아니란 말야! 넌 더 맞아야D야! 아니 사정읍시 맞아야 햇!"

그렇다. 고급진미로 사랑받는 제비둥지, 제비집요리의 재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제비집이 아니다.


제비집요리: 금사연집요리
Swiftlet Nest

제비는 참새목 제비인데 반하여 식용으로 하는 제비집 요리의 제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제비가 아니라 칼새목의 칼새이다.

칼새는 분비물(침)로 집을 짓는데 주로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절벽이나 해안가, 동굴 속에서 집단으로 서식한다.

즉 우리는 칼새의 침으로 만들어진 제비집을 진귀한 요리로 생각하여 비싼 돈을 주고 사 먹는 것이다.


꽃피네올리브는 청년시절 필리핀 최남단 따위따위주 시땅까이에서 조각배로 말레이시아 자바(보르네오섬: 보르네오섬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영토이다)의 셈포르나(Semporna)에 간 적이 있다.


필리핀 시땅까이는 필리핀의 최남단 따위따위주에서도 최남단인데, 말레이시아 자바 셈포르나도 말레이시아의 최남단으로 보면 된다. 물론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의 최남단은 다와우로 인도네시아 누누칸 다라칸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꽃피네올리브는 젊은 날, 이 오지들을 두루 여행하였다.

그 당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던가? 오늘날 꽃피네올리브가 온전히 살아있슴은 순전히 애틋한, 천사 같은 어머니의 기도 때문이었으리라.

말레이시아 자바주 셈포르나 근처의 해안동굴에는 칼새들의 거대한 집단서직지가 있다. 자양식품으로 각광받는 칼새가 만든 제비집은 킬로당 2백만원을 호가하며, 하얀색과 노란 금빛을 띠는 두 종류 중, 금빛 색깔의 최 특등급은 부르는 것이 값이다. 바로 칼새 제비집이 금색실이라고 해서 칼새를 금사연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이다.

봤냐구? 먹어봤냐구?
먹어봤지비~^^ 내 나이가 몇 갠데!

​칼새 제비집은 불순물이 없고 광택이 나며 투명할수록 비싸다. 맛? 여러 씨푸드와 같이 나왔는데 우뭇가사리? 아니다. 풀어진 면발? 머 대충 그런 맛이더라궁! ㅋㅋ


벌써 동이 터온다. 부지런한 수탉은 회를 치고 제비들은 찌루룽 찌배배(공쥬와 삼식이의 이상한 제비울음) 할 텐데 강남손님 제비들은 옛날보다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

한옥들이 없어지고 죄다 신식집을 지으니 제비가 둥지를 틀기 힘들고, 들판에 농약들을 하도 해 대서 농약을 맞고서 헤롱헤롱 하는 벌레들을 먹고 피룽피룽 꼴까닥 많이 했는지, 강남에서 돌아온 손님들이 제비집짓기, 제비둥지 틀기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든다.

오늘을 여기서 마치고 다음에는 제비들이 어떤 장소에 둥지틀기를 좋아하는지 시간이 나거든 몇 자 올리기로 하고 마친다.

꽃피네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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