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피네올리브 Jan 31. 2021

다시 찾는 남광주시장 국밥

십 수년 단골 국밥집 호남식당

삼식이는 흥에 겨워 이른 아침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흥얼거렸다. "세상에나 이릉 횡재가 오디 또 있겠슴?" 하며 입이 귀에 걸렸다. 며칠 전 꽃피네올리브는 혼자서 무선 에어팟을 가지고 해찰 부렸다. 방정맞은 손가락을 빠져나온 왼쪽이 통통통~ 굴러 그만 하수구 속으로 쏙 빠져 들어갔는데, 그 에어팟 왼쪽을 당근마켓 앱에서 찾아서 사다 주는 심부름을 해 주면, 보상으로 맛있는 국밥을 먹게 해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가, 한 번 먹었다 하면 반드시 다시 찾는 남광주시장의 호남식당 국밥을 맘껏 먹을 수 있고, 게다가 오래간만에 까칠한 공쥬와 함께 아주까리 히빠빠~ 세련된 도시 사람 구경도 하게 되었으니 "얼씨구나 절씨구' 하며 절로 콧노래가 나올 법도 하였다.

"흐흐 에어팟 중고 왼쪽, 왼쪽, 왼쪽…남광주시장 시장국밥, 국밥, 국밥~"   하늘나라의 이 멍청한 요정 삼식이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국밥과 에어팟 왼쪽을 한없이 되뇌며 공쥬를 이끌고 광주에 갔다. 머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고 식충이 삼식이는 '에어팟 왼쪽부터 산 후, 국밥을 먹으라'는 신신당부를 잊고선 그냥 그대로 남광주시장으로 직행하였다. "암만! 먹고 죽은 구신 때깔도 좋지비~"^^


남광주시장 호남식당, 국밥 마는 젊은 사장님, 어피머리 방가~


척척 앞으로 내닫는 삼식이의 발걸음이 공쥬의 아장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한 광주광역시, 남광주시장 호남식당! 커다란 가마솥 뚜껑을 비집고 올라온 뜨거운 김 오름이  늦은 봄날 아침의 안개처럼 시야를 가렸다.

주인장의 반가운 인사를 뒤로하고 대여섯 개의 조그만 테이블이 놓여있는 홀로 들어갔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리석은 인간들을 가두었지만 식당 안은 빈자리가 없었다. 겨우 착석하니 주인장이 다가와 마치 외상장부 같은, 아니 하루 매상을 적고 있는 알뜰한 가계부와 같은 예쁜 방명록을 내밀며 휴대폰 번호를 기입해 달라고 하였다.


코로나 19, 식당 방문자 기록장이 참 예쁘다.


공쥬는 전통시장이나 오일장의 야릇한 냄새를 맡으면 토나온다고 하면서 코를 막고 그냥 밖으로 내달리는 요정이다. 그런 공쥬가 시장국밥 냄새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삼식이를 따라 태연히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어랍쇼? 이게 무슨 조화?

"삼식아! 이 집은 시장 냄새며 국밥 냄새가 전혀 안 나눈뎅"
"시장국밥 냄새가 어떤 냄샌뎅?"
"석 달 열흘 안 씻은 니 발꼬랑 내! 우웩 냄새!"

그렇다. 남광주시장은 새롭게 단장하여 전통시장의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았고 호남식당의 젊은 두 여사장들이 마는 국밥집에서는 옛날 시장국밥의 야리꼬리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배 고팠었던 시절, 추억의 시장 국밥집과는 거리가 먼, 구수하지만 깔끔한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 가성비 끝내준다! 벽면 중앙의 커다란 차림표를 쳐다본 녀석들은 "이거 웬 횡재냐" 하면서 싱글벙글하였다.


남광주시장 호남식당 국밥 차림표. 맛도 맛이거니와 가격이 참 착하다.


"공쥬야 멀로 할까? 난 보드랍고 야들야들한 막창국밥 넌?"

삼식이가 '너야 머 냄시 안 나는 머리국밥이겠지' 지레짐작을 하며 공쥬에게 물었다.
"엉~ 나도 막창국밥! 이상하게도 이 집 막창국밥은 꼬릿꼬릿한 냄새가 안 날 거 같아"


바야흐로 공쥬의, 하늘나라 요정의 명예가 걸린, 인간세상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남광주시장, 거기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호남식당 국밥 먹기 도전이 시작되었다. 일단은 핫둘핫둘 위장 워밍업! 서비스로 순대 하고 간이 썰어져 나왔다. 아니 6천 원짜리 국밥 팔면서 이렇게 서비스가 나와도 되는겨?


에라 모르겠다. 조수석 인생! 장롱면허가 이렇게 유용할 수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지' 힐끗 공쥬를 쳐다보며 삼식이는 소주 한 병을 주문하였다.

"움냐움냐. 순대~ 난 순대가 좋아" 공쥬가 열심히 순대를 입으로 가져다 나르자, 삼식이도 이에 질세라 부지런히, 아직 온기가 남아 먹기에 딱 좋은 삶은 간을 먹어치웠다. 그렇다. 삼식이가 보드라운 순대를 마구 집어먹는다면, "간 시러! 허파 시러!" 하는 공쥬는 먹을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삼식이는 조금 퍽퍽한 간만을 일부러 집어먹었던 것이다.

"희야 오또케 잡냄새가 하나도 안 날 수가 있지비? 내 입에 딱이야!" 순대를 입안 가득 물고서 탄성을 지르는 공쥬의 오물거리는 모습이 마치 개껌을 물고 놓지 않으려는 자그마한 강아지처럼 한없이 귀여워 보였다.


막창 국밥

이윽고 막창 국밥이 나왔다. 들깨가루가 듬뿍, 콩나물과 파송송~ 후춧가루가 아주 약간 뿌려져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야리꼬릿하고 역겨운 내장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공쥬와 삼식이는 소금 대용으로, 짜디 짠 새우젓을 넣어 각기 입에 맞게끔 간을 맞췄다. 식당 안에는 손님들로 꽉 차 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조용하여 공쥬와 삼식이의 숟가락이 뚝배기에 닿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다들 먹는데 무아지경, 삼매경이었다. 그만큼 맛이 있는 모양이었다.


뜨거운 국밥을 휘휘 저어 한입 물자, 오 마이 갓! 부드럽다! 한없이 부드러웠다! 육수며 고기며 모든 것이 장시간을 수고해 낸, 깊은 맛이 우러나 배어 있었다.
"전!투!개!시! 코 박자!" 공쥬와 삼식이는 뚝배기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시장 국밥을 들이켜기 시작하였는데 두 요정의 머릿속에서 흔들거리는 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통념이었다. 전통시장에 가면 으레 때꼽자국 질질 흐르고, 악취가 날 것이라는 선입관이 흔들려 깨지는 순간이었다.

삼식이가 숟가락 가득히 국밥을 떠서 입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사정없이 막창을 먹어 재끼는데, 잇몸에 닿는 그 부드러움은 한이 없었다. 잘 우러난 육수의 깊은 맛에 "식감 쥑인다!"를 연발하며 둘은 국밥을 먹는지 마시는지 뚝배기에 코를 박고는 차마 떼지를 못하였다.


철판구이로 막창을 지지고 볶으면 껌처럼 질겅질겅 마구 씹어야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잡내는 덤이다. 삼식이는 너무나 게을러서 오래 씹어야만 겨우 삼킬 수 있는 그런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공쥬는 냄새에 아주 민감하여 '내장은 꼬릿한 응가 냄새가 나야 제대로 된 국밥'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국밥집에 가는 것은 물론, 허름한 전통시장에 가는 것조차 내켜하지 않는 그야말로 '공주'였다.


"허어! 술술 넘어가는구만"^^

"부드럽고 냄새 한나 안 나넹"

"어떤 집은 껌 씹는 것처럼 질긴 집도 많아"

"어떤 국밥집은 내장국밥은 응가 냄새가 나야 지대로 된 국밥이라나 머래나. 그릉 걸 공쥬가 오또케 먹어?"


'누가 누가 잘 먹나?' 야무지게 숟가락을 움켜쥐고 "돌격 앞으로!"를 한 비장한 공쥬와 삼식이의 남광주시장 국밥먹기 시합도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끝나가고 있었다.


성적표, 싹싹 다 비운 국밥 뚝배기


"먹어도 먹어도 끝이 읍넹. 난 국물은 포기얌. 국물은 남길래" 공쥬가 볼록 나온 올챙이 배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공쥬의 뚝배기는 한없이 깊어서, 용을 쓰고 먹어도 먹어도, 쉬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아예 설거지를 해라 해! 뚝배기 구멍 뚫어지겠다!" 공쥬가 먹성 좋은 삼식이를 바라보며 살짝 눈을 흘겼다.


"어허! 잘 먹었다. 배달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택배 배달해 주는지 여쭤볼까?"

오! 된단다. 전국 택배가. 아이스박스에 넣어 부쳐준다는데 아이스박스 값과 택배비 별도라는 말을 듣고 둘은 한참 동안 "아이 좋아라" 하였다.


남광주시장, 호남식당 시장 국밥은 택배로 전국 배달도 된다더라!


돼지뼈와 야채며 고기 등을 넣고 종일 우려낸 국밥 육수
남광주시장
왼쪽 수산물, 오른쪽 국밥거리
코로나19 때문인가? 이제는 시장도 배달이 대세인 모양이다.
무료주차권, 지하 주차장도 충분히 넓다.

"카만? 무료 주차권 받아왔어?"
"아아니 얼른 가서 받아올게"

한번 먹었다 하면 다시 찾게 되는 남광주시장, 호남식당 국밥집에서 시장 국밥의 별미를 맛 본 두 녀석들은 햇살이 내리쬐는 주차장을 빠져나와 중고 에어팟 왼쪽을 사러 길을 나섰다.



꽃피네올리브




배가 부른 삼식이는 당근마켓을 뒤져 중고 에어팟을 샀는데 사야 할 왼쪽은 아니 사고, 덜컥 오른쪽을 사버렸다. 왼쪽, 왼쪽, 왼쪽이라며 수없이 되뇌면서 잊지 않으려고 했던 무선 이어폰 왼쪽은 국밥을 먹는 동안 깡그리 까먹어 버렸던 것이다. 이 엉뚱한 삼식이는 왼쪽보다는 오른쪽을 좋아하고, 가위바위보를 해도 가위보다는 항상 주먹만을 고집하는 녀석이기에 왼쪽 에어팟 대신에 오른쪽을 대충 사서는 룰루랄라 고고!

"아니 이건 오른쪽이잖아?. 무선 이어폰, 중고 에어팟 왼쪽을 사 오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하지 않았느냐"
"지송해유. 국밥 먹다가 오른쪽으로 착각했구만요. 왼쪽 사려고 했는데, 돼지가 하늘에서 오른쪽 꿀꿀, 오른쪽 꿀꿀 하면서 자꾸만 오른쪽을 사라고 꼬셔서 그만 오른쪽을 샀구만요. 엉엉"
"으이구 이 삼식이!"


작가의 이전글 닭장 떡국 소꿉놀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