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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Dec 30. 2023

미디어가 살인 무기가 된 세상에서

고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지금 언론이란 게 한국 사회에 있긴 한 걸까. 누가, 어떤 방법으로, 전도유망한 이 배우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오늘날 미디어는 사회적 살인에 적합한 도구가 되었다.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찍고, 말하고, 쓰고, 업로드하기 쉬운 세상이다. 온라인상에 이런 개인 채널이 남발할 땐 기성 언론은 더더욱 팩트 체크를 엄격히 하고 신뢰할 만한 사실만 정제해서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배우 사건을 두고 기성 언론은 조회수 따먹기를 경쟁하기 위한 '카더라' 식 연예 뉴스로 취급했다.


기간산업조차 민영화시키려는 현 정부 체제에서 언론은 이제 '미디어 주식회사'이다. 기자와 방송인은 무슨 뉴스이든 주주를 배 불리고, 광고와 엮이기 쉬운 소식을 위주로 보도하려 한다. 정부와 언론이 짝짜꿍이 되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이선균 배우가 처한 상황은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마약 범죄 검거율을 높여 치적을 자랑할 만한 사건을, 솔깃한 뉴스거리를 찾던 정부와 언론은 이해관계가 맞으니 이선균 배우 사생활을 활용했다. 소위 법 기술자들, 똑똑한 사람들은 조용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세상이다. 자기 손엔 피를 묻히지 않고 개인 인격에 똥칠을 해서 제대로 숨 쉬고 살 수 없게 만든 행위가 바로 디지털 정보 유통을 통한 인격 살인이다.


분쟁이 생기면 사실 관계를 따져 진실을 가리면 된다. 죄가 있다면 사실 여부를 따져 벌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카메라에 둘러싸인 유명인들은 개인에게 민감한 상황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없다. 이 배우 사건 관련 매체 보도량은 지난 23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1만 건 이상이었다.


이선균 배우 사망 사건에 대해 본질을 흐리는 보도, 그리고 댓글 내용은 점입가경이다. 개인이 떳떳하다면 사망할 필요가 없었다는 식 도덕론을 운운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온라인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당신 사생활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일일이 옳고 그름을 논한다면 뭐라고 반응하겠는가?


이 배우가 사망한 후 그동안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던 기자들은 어디 갔을까. 이선균 배우 관련 수사가 편파적이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발 빠르게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며 한숨이 나온다. 경찰은 또 어떤가. 책임 면피를 하기 위해 “수사 절차는 적법했다”는 식으로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혹은 일부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불륜', '술집'이라는 용어와 고인을 엮은 찌라시 뉴스를 거론하며 유명인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 문제이다. 이선균 배우는 자초지종이 밝혀질 때까지 자신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보호받지 못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었고, 포토 라인에 내몰렸다. 이로써 그는 대중에게 이미 주홍글씨를 받았다. 본인에게는 억울할지 모르는 낙인이 찍힌  언론은 자기네 밥벌이를 위해 그를 뉴스거리로 삼았다. 게다가 조회수 따먹기에 혈안이  유튜브  개인 SNS 채널에서는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을 걸어 야금야금 수익을 높였다.


개인 인격에 똥칠을 해서 제대로 숨 쉬고 살 수 없게 만든 사람, 이선균 배우 뉴스를 활용해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언론과 권력 정점에 가까이 갈수록 뉴스 방향을 좌우할 만큼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이들은 누구였을까?


어떤 사람들은 대중 또한 이런 자극적 뉴스에 열광했다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이란 단어 뒤에 숨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부추긴 실세들은 “대중도 책임이 있다”는 추상적인 표현을 매우 좋아한다.  뉴스 보도를 좌지우지할 만한 책임자 물타기를 할 수 있는 좋은 표현이기에.


대중은 본능적으로 자극적인 뉴스를 클릭하기 쉽다. 낚시 보도가 만연한 세상 속에선 우선 클릭이라도 해야 뉴스를 제대로 감별할 수 있다. 이런 온라인 인프라에서 사는 대중에게 자극적 뉴스를 소비한 책임을 전적으로 묻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뉴스가 해로운지 아닌지를 제대로 알려면 우선 기레기 뉴스라도 클릭을 해줘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젠 혐오를 조장하거나 본질을 흐리는 등 유해한 콘텐츠라면 단순히 내 알고리즘에서 차단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런 행동이 어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행위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진 자가 대주주가 되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뉴스만을 선별, 왜곡해서 보도하는 한국 언론과 댓글 문화, 권력이 합작품이 된 이번 인격 살인은 언제 또 누구를 겨냥할지 모른다.






https://headla.it/articles/lBvNBYjJjn0Ug8HD2Ex_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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