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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Sep 22. 2023

'다크나이트' 속 게임 이론과 이재명을 못 지킨 민주당

2023.09.21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을 지켜보며

게임 이론(game theory) 
간단히 말하자면
 "나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원리이다.


즉, 개인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과가 좌우되는 게임 상황에서 개인은 자신이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추구한다는 이론이다.


2023.09.21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게임 이론에 따라 끼리끼리 갈라져서 막다른 골목에 처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IMDb.com


영화 ❬다크나이트(2008,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서 악당 조커는 깜깜한 저녁, 강 위에 배 두척을 띄워놓고 각각 인질들을 가둔다. 그리고 조커는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상대방 배를 먼저 폭파하는 쪽은
살려주겠다.
하지만 오늘밤 자정을 넘기면
두 배 모두 폭파할 것이다."


배마다 손발이 묶인 채 인질로 묶여있는 시민들은 상대방 배와 소통할 수 없다. 이제 자기 목숨부터 살리고 봐야 하는 상황. 사람들은 자정이 가까워올수록 패닉 상태가 된다. 배 두척엔 각각 상대방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장치가 있다. 내 목숨이 상대방 배에 달려있는 상황. 확실히 살아남으려면 서로 배신해야 한다. 이들은 자정 전에 각각 기폭 장치 버튼을 눌렀을까?


이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social experiment)이다. 극한 상황에서 우리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얼마나 개인의 이기심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인가? 두 집단 간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배신해야 할 때, 설사 같은 인질이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상대를 불신한다는 걸 조커는 보여주려 했다. 구태어 조커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자기 목숨을 손쉽게 구제할 만한 떡밥을 뿌리면 인간들이란 의리라는 걸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존재라는 걸 까발리려 했던 것이다.


원래 같은 편이었다고 하더라도 어제(2023.09.21) 민주당은 국회에서 둘로 갈라져 있었다. 친명계와 비명계, 두 집단 중 최소 29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비명계는 당론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 결과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결국 가결되었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다. 게임 이론에 따라 추론해 본다면 당론과 다른 선택을 한 국회의원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 소중한 1표를 던졌을 것이다. 게다가 무기명 투표이다. 자신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 투표 상황에서 자기에게 다가올 이익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취했다. 그렇다면 ‘비명계’라는 소수 집단이 자기 목숨을 살리기 위해 ‘친명계’가 탄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 장치를 누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유를 차차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기대할 만한 개인 차원의 이익을 누가 얻게 되는지를 들여다보면 향후 누가 '비명계'라는 배를 타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던져준 1표를 얻어 당선되고, 계속 지지를 얻어야 재선 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생명 연장을 하기 위해, 더 나아가 이재명이라는 대선 후보를 밀어내고 더 윗계단으로 올라가기 위해 또 다른 솔깃한 유혹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확실한 건 이들은 결국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를 했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들이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자기 이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이들은 정치인이니, 모두 다 같이 살기 위한 선택을 했음을, "국민을 위해 이렇게 투표했다'는 이타적인 취지를 주장할 것이다.


이들이 정치인으로서 자기 소신에 따라 어제 투표를 했다면 자신이 어떤 이유로 이재명 당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비명계와 친명계가 치열한 논쟁을 하는 과정을 민주당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어떤 당론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릴 수는 있다. 다만 최소한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라면 자기 선택에 대해 떳떳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투표 성향에 대해 당원을 비롯한 시민들이 함께 사유할 수 있도록 자기주장을 설파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 최소 29명이 자기 실체를 밝히지 않고 박쥐처럼 더 깊은 동굴에 숨는다면 이들 비명계 집단은 게임 이론에 따라 자기 이익을 우선시한 본능을 따랐다고 밖엔 볼 수 없다.


영화 '다크나이트(2008)'에서 유람선 게임은 어떻게 되었냐고? 말 그대로 영화답게 결말은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자정이 가까워오기까지 두 개 유람선에 피랍된 힘없는 인질 시민들은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도 시민의식을 발휘했다. 내 생명만큼 타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인간으로서의 연대감을 잃지 않았다. 이런 기본적인 신뢰 하에 자정이 되기까지 이들은 기폭 장치를 누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모두 살았다. 끝까지 인간으로서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현재 두 개 유람선에 나누어 승선했고, 한 배에 탔던 대다수 의원들은 큰 폭풍우에 휘말린 상태다. 나머지 한쪽에서는 이미 기폭장치를 눌렀다. 이제 최소 배 한 척은 난파될 위험에 직면했다. 배를 지키고 모두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이재명 당대표는 더 큰 유람선을 기꺼이 준비할 만한 배포를 발휘할 것인가. 이들은 과연 좌초되지 않고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인가.


만약 새출발을 해야 한다면 이재명은 어떻게 더 큰, 새로운 유람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배를 마련할 재원과 정신적 지지는 자신을 따르는 민주당원들을 비롯한 여론이 제공해 주어야 가능할 것이다. 현재 자기 목숨까지 내려놓고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자기 의지를 지키기 위해, 유람선이 향하는 닻 방향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재명이라는 큰 배가 향하는 목적지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위험해 보이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더 큰 흔들기를 시도하는 소수 세력, 아니, 어쩌면 더 큰 세력이 암초처럼 물속에 버티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며 확실한 건 과거 노무현도, 문재인도, 민주당 내에서 지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이런 폭풍우를 만났을 때 오히려 정치인으로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여명이 밝아오기 전 이들은 모두 가장 어두운 새벽을 지나가야 했다. 이재명도 리더로서 이 험난한 과정을 거쳐오는 중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비명계가 무엇을 원했든 간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영화 속에서 시민들은 악마 조커의 말장난에 놀아나지 않았다. 현실과 영화는 다르다는 점을, 현실은 냉혹하다는 점을 어제 뉴스를 보고 다시금 실감한다.





* 이 글은 뉴스 앱 '헤드라잇' [미디어관심] 2023.09.23 콘텐츠로 발행되었습니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3l2BbXSonlsmZ9jJu7qD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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