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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07. 2024

초록의 시간 884 몽그르르 겨울잠

포근포근 겨울 선물

앙증맞은 크리스마스트리와

귀여운 하얀 눈사람이 그려진

겨울방학 펜마크를 하나 샀어요

하얀 겨울을 맞이한 기념으로

내가 나에게 건네

포근포근 겨울 선물입니다


빨강과 초록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두근두근 설렙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마음은 쓰면 쓸수록 복잡

생각은 하면 할수록 어수선

세월은 흐르면 를수록 다사다난

여긴 어디 난 누구?

어설픈 철학적인 질문도

이제 그만~


마음의 늪과 생각의 함정에

풍덩 빠져 허우적대기 쉬우니

이쯤에서 필요한 건

겨울방학과 겨울잠입니다


물론 학생이 아니니

겨울방학이 나와 뭔 상관

개구리도 아닌 내게

겨울잠이 대체 뭔 상관

그러나 차가운 겨울을 견디고

한 해를 잘  아무리하기 위해서는

나를 지키는 힘이 필요하니까요


가만 생각해 보면

무엇 하나 그 누구에게라도

이긴다 이기고야 말겠다는 생각 따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남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나를 지키려고 했었죠

나를 지키는 것이

내 나름 이겨내는 것이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힘을 기르기 위한

포근 겨울잠도 필요합니다

학생 아니라도

생각의 방학이 필요한 거


겨울날은 차갑고

겨울저녁은 스산하고

겨울밤은 적막합니다

겨울이 아니라도

스산하지 않고 적막하지 않고

슬프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요


누구나 어른이 되어가며

슬픔이 건네는 인사에

익숙해지는 것이죠


초대하지 않아도

슬며시 젖어드는 슬픔을

굳이 이기려 하지 않겠습니다

요리조리 피하려 해도

알아서 찾아드는 아픔도

이겨내기보다는 견뎌내려 합니다


모르는 척 슬픔의 등에 업히고

아픔에 슬며시 얹혀 묻어가며

몽그르르 겨울잠에

빠져들고 싶어요


겨울잠 속에서

포근 이불 살짝 들추고

빼꼼 눈을 반만 뜨더라도

덥석 나를 내주지는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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