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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14. 2024

초록의 시간 777 나만의 드라마

길을 걷다가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추어

나만의 드라마를 찍습니다

무언가 발끝에 밟히는 듯해서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니

어머나 이게 뭐람~

운동화 끈이 풀려 있지 뭐예요


발부리에 끈이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으나

그나마 제법 내공이 쌓여

넘어지지 않았으니 천만다행

그러다 히죽 웃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바로 이 순간 만찢남이 스르륵

그윽한 눈빛 미소 날리

등장할 차례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잔잔히

로맨틱한 BGM도 흘러나와야죠


우연히 이 길을 지나던 중이라며

초록 나무그늘 아래 놓인

빈 의자에 여주인공을 앉히고

그 앞에 단정히 무릎 꿇고

운명처럼 풀어진 운동화 끈을 단단히

야무지게 묶어주는 장면은 어디까지나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일 뿐


오늘도 나 혼자

나만의 드라마를 찍습니다

셀프 드라마의 좋은 점은

언제라도 내 맘대로

여운 남기는 엔딩곡 따위

그까이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변덕스럽게 제멋대로 엔딩~

 1도 없이 

급마무리해도 된다는 거죠


잘 묶인 운동화 끈을

일부러 풀어놓을 이유도 없고

멋지고 잘생기고 분위기 좋은 남주가

순정 만화를 찢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적절 타이밍을 노릴 필요도 없으니

그저 빈 의자 하나 있으면

충분합니다


털썩 주저앉아 내 손으로

운동화끈 질끈 동여매고

또박 걸음으로

가던 길 가면 되니까요


나의 드라마는

눈물 찔끔 멜로도 아니고

오락가락 시공 초월 

타임슬립도 아니지만

잘났든 못났든 내가 주인공인

나만의 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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