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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13. 2024

초록의 시간 776 라벤더데이

노보리베쓰의 추억

북해도수국이랍니다

참 신비로운 보랏빛이 예뻐서

자꾸 들여다봅니다


뜨거운 한여름 홋카이도에 갔을 때

후라노의 보랏빛 라벤더에 반하고

연보라 라벤더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빛과 향기로운 맛에

미끄럼이라도 타듯 즐거웠던

순간의 행복이 떠올라

스르르 달콤 미소가 맺힙니다


그렇군요

기억의 힘으로 살고

추억의 맛으로 버티고

순간의 행복으로 견디는

단짠인생 맞습니다


그해 여름 노보리베쓰

온천마을 여기저기 보라 수국이

한창 피어있었을 텐데요

유황 냄새에 휩싸여

수국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거나

워낙 수국이 많은 나라여서

예사로이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노보리베쓰는 홋카이도의 원주민

아이누족의 '물빛이 진한 강'이라는

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해요

석회질 섞인 온천물이 흘러들어  

강물빛이  흰색을 띠며 흘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홋카이도의 여름 추억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하양에 연분홍과 진분홍

연보라에 중간보라와 진보라

푸르스름 청보라와 붉은보라까지

발그레 곱게 물든 꽃송이들이

4 꽃 4 빛으로

초록 잎사귀들 사이에서

화사하게 웃고 있어요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났을 때

재미 삼아 4인 4색 

오늘의 색깔놀이를 한 적이 있어요

여름이라 물병이 필요한데

마침 손안에 들어오는 귀엽고

깜찍한 물병을 찾았거든요


그린 블루 핑크 퍼플 물병을

조르르 색깔이 드러나지 않게

흰 종이로 가려두고는

하나씩 골라서 그날 하루

자신의 색으로 삼았는데요


핑크 하루는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행복 하루

그린 하루는 맘껏 자유롭고

평화로운 평온 하루

블루 하루는 조화롭고 든든한 

또박 걸음으로 희망 하루

퍼플 하루는 섬세하고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신비 하루~


다시 그 친구들을 만납니다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하

사랑스러운 아이돌그룹

보라보라 팬클럽은 아니지만

만남의 날을 라벤더데이로 정해서

옷차림에 보라색 포인트 하나씩

재미나게 준비하기로 했거든


옷장 서랍을 뒤적여

설렘의 라벤더 셔츠를 찾았어요

노보리베쓰 한 송이 

옷깃에 꽂고 가야 할까요?

룰루랄라 홋카이도에 가는 셈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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