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un 11. 2024

초록의 시간 775 안 알랴줌

친하니까 알려줌

알리움이랍니다

친하니까 알려드려요

뿌리에서 줄기가 올라오고

잎도 뿌리에서 피어나는

보랏빛 꽃이름이 알리움이래요


친하니까 덤으로

또 하나 알려 드릴까요

울 엄마가 그러셨죠

물을 끓이려고 올려놓고

나더러 물 끓는지 좀 보라고 하면

물 끓는 게 뭔데?라고

바보처럼 맹하니 물었다는군요


나이가 든 후에도

여전히 살림에 서툰 게

단점이고 약점이지만

장점 비슷한 것도 조금은 있어요


참을 줄 알아요

기다릴 줄도 알아요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한참을 서서 들여다보기도 해요


차분한 보랏빛이 잔잔히 고와서

동글동글 꽃송이가 소담스레 예뻐서

말없이 한참을 들여다보았어요

보라야 넌 이름이 뭐니? 했다가

보라 아씨 그대 이름은? 했다가

자세히 보니 이름표가 있어서

또박또박 읽어보았어요


알리움이랍니다

가느다란 꽃줄기 끝에

작은 별 같은 꽃송이들이

사랑스럽게 모이고 모여

보랏빛 사탕처럼 반짝이며 피어나

동그란 공처럼 얼굴이 점점 커지는 

보랏빛 신비로운 알리움


그런데요

이름은 알려주지만

꽃말은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절대 안 알려줌~


마늘이나 양파

파와 달래 부추 등 채소들이

알리움속에 속한다는데요

그래서인지 부추 향이 나고

꽃말이 양파나 마늘의 맛처럼

알싸하니 매콤합니다

멀어지는 마음

무한한 슬픔이거든요


사이좋은 친구들과

마음이 멀어지고 싶지 않아요

선을 넘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되고

어찌하다 그만 멀어져

무한한 슬픔의 보랏빛으로

물들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안 알려줌

알리움의 꽃말은

절대 안 알려줌~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774 밥심이 최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