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움이랍니다
친하니까 알려드려요
뿌리에서 줄기가 올라오고
잎도 뿌리에서 피어나는
보랏빛 꽃이름이 알리움이래요
친하니까 덤으로
또 하나 알려 드릴까요
울 엄마가 그러셨죠
물을 끓이려고 올려놓고
나더러 물 끓는지 좀 보라고 하면
물 끓는 게 뭔데?라고
바보처럼 맹하니 물었다는군요
나이가 든 후에도
여전히 살림에 서툰 게
단점이고 약점이지만
장점 비슷한 것도 조금은 있어요
참을 줄 알아요
기다릴 줄도 알아요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한참을 서서 들여다보기도 해요
차분한 보랏빛이 잔잔히 고와서
동글동글 꽃송이가 소담스레 예뻐서
말없이 한참을 들여다보았어요
보라야 넌 이름이 뭐니? 했다가
보라 아씨 그대 이름은? 했다가
자세히 보니 이름표가 있어서
또박또박 읽어보았어요
알리움이랍니다
가느다란 꽃줄기 끝에
작은 별 같은 꽃송이들이
사랑스럽게 모이고 또 모여
보랏빛 알사탕처럼 반짝이며 피어나
동그란 공처럼 얼굴이 점점 커지는
보랏빛 신비로운 꽃 알리움
그런데요
꽃이름은 알려주지만
꽃말은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절대 안 알려줌~
마늘이나 양파
파와 달래 부추 등 채소들이
알리움속에 속한다는데요
그래서인지 부추 향이 나고
꽃말이 양파나 마늘의 맛처럼
알싸하니 매콤합니다
멀어지는 마음
무한한 슬픔이거든요
사이좋은 친구들과
마음이 멀어지고 싶지 않아요
선을 넘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되고
어찌하다 그만 멀어져
무한한 슬픔의 보랏빛으로
물들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안 알려줌
알리움의 꽃말은
절대 안 알려줌~